한국일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언론

2020-10-17 (토) 이덕근 / 메릴랜드
작게 크게
14세기 중반부터 18세기 후반까지 유럽에선 소위 마녀사냥으로 수만명에서 수백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마녀로 몰려 화형당하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기, 악마와의 성교, 아이들 잡아먹기 같은 마녀의 행위는 대부분 상식을 초월하는 것이었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홍수, 가뭄, 흉작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어김없이 이와 같은 이유로 마녀들을 고발했다.

마녀로 의심되는 여성은 양팔을 몸통에 묶고 연못에 던져졌다. 만일 수면위로 떠오르면 진짜 마녀로 간주되어 화형에 처해졌다. 가라앉아 익사하면 마녀의 혐의는 벗겨졌지만 목숨은 이미 잃은 후였다. 프랑스를 영국과의 전쟁에서 구한 잔 다르크도 포로로 잡힌 후 마녀로 심판받고 화형 당했다.

한국에서도 독재 정권하에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단지 정권이 금지하고 있는 서적을 갖고 있거나, 모임을 가진 이유, 그저 사상이 불량하다는 이유, 그냥 정권의 눈 밖에 난 이유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렸다. 한 번 마녀나 빨갱이로 지목되면 당사자는 그냥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고발 자체가 증거로 채택되었고 고문 없는 자백은 오히려 믿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지난 1년간의 한국에서의 일들은 마녀사냥과 다름이 없었다. 지금은 의대 졸업반인 딸의 고등학교 때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그의 엄마는 6개월간 구속되었다. 검찰과 결탁한 언론들은 앞 다투어 조국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을 소위 속보나 단독으로 보도하며 지면과 방송화면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검찰이 내건 기소의견은 법정에서 거의 모두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지고 있고 언론들이 주장한 것들은 대부분 허위로 판명되었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이 군대에서 무릎을 수술한 후 병가를 자신의 휴가로 3일 연장한 걸 무슨 대단한 특혜처럼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것도 역시 한국 언론이었다. 그는 바로 그 무릎 때문에 군대를 면제도 받을 수 있었는데 오히려 특혜시비가 있을까봐 자진 입대한 청년이었다.

조선 현종 때에 소위 예송 논쟁이 있었다. 조정은 효종이 사망하자 계모인 자의대비가 상복을 1년을 입어야 하는지 3년을 입어야 하는지로 당파싸움을 벌였다. 몇년 후 효종의 비가 죽자 그들은 또 시어머니인 자의대비가 상복을 1년을 입어야 할지, 3년을 입어야 할지로 다시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였다. 소위 붕당정치 폐해의 전형이 된 사건이다.

한국 언론은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세계 꼴찌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사과와 반성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 사실이 부끄럽지 않은 듯 오히려 매일 가짜뉴스, 허위과장 뉴스들을 여전히 남발하고 있다.

<이덕근 / 메릴랜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