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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길

2020-10-17 (토) 김홍식 /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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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기후가 바뀌면서 이상기온, 가뭄, 홍수, 태풍과 산불로 전 세계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가 사막화 현상이다. 사막이란 비가 1년에 250mm 이하로 오거나, 몇 년 동안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식물이 자라기 힘든 넓은 지형을 말한다. 지구 대륙의 1/6 은 사막으로 덮여 있다. 남극을 제외한 열대사막 중에서 가장 큰 사막은 아프리카 북부에 있는 사하라 사막이다. 사하라 사막에서도 사람들과 물고기를 포함한 어마어마한 양의 동물들의 화석이 발견되는 사실은 그 곳이 한때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살기가 좋았다는 증거가 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전 지구적인 홍수 때에 화산 폭발로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갔고 바닷물의 다량 증발로 전 지구적으로 비가 많이 내려 아주 추운 곳이나 사막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사하라 사막도 한때는 악어가 많이 살던 흔적이 있을 정도로 물이 많았던 곳이나 지구의 기후 변화로 사막화가 되었다. 아프리카 사막화의 심각성은 아프리카 대륙의 65% 가 사막 혹은 건조지대로 변화되고 있고, 알제리의 산림면적은 국토의 1% 도 채 남지 않았으며, 국토의 50% 가 산림이었던 에티오피아는 2.5%의 산림만 남았다는 사실로도 단면을 볼 수 있다.

사헬이라는 말은 아랍어로 ‘가장자리’ 또는 ‘변두리’를 뜻하는데 사하라 사막의 남쪽 아프리카 중부지방에 동서 방향으로 띠 모양의 폭 200-300km 의 지역을 사헬지대라 말한다. 이곳은 비가 오는 농사가 가능한 지역 이었고 과거에는 서아프리카 지방에서 강성한 지역이었다. 서쪽으로 흘러 대서양으로 통하는 니제르 강을 끼고 15세기부터 17 세기까지 니제르 강을 통해 유럽으로부터 중개 무역이 활발했지만 사헬지역의 사막화가 근래에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거대한 초원지대 이었던 사헬 지역의 사막화는 지구 온난화로 수증기 순환의 평형이 깨지면서 그 지방에 가뭄이 심해진 원인이 부분적으로 있지만 그보다는 유럽인의 아프리카 식민지배로 이 지방으로의 인구 이동이 폭증하면서 문제가 가속되었다. 갑자기 늘어난 인구를 위해 많은 경작지를 개간하고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한 산림 벌목이 늘고 가축의 과도한 방목, 부실한 수자원 관리 등으로 사막화가 급격히 빨라졌다. 가뭄이 겹치면서 1972-1973년에 수십만 명의 사람과 가축이 죽었고 1982-1985년에는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재난을 겪었다. 농민들은 지난 수년 동안 곡물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사막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인데, UN과 아프리카 연합이 힘을 합쳐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을 따라 서쪽 끝 세네갈부터 아프리카 동부 홍해에 위치한 지부티까지, 만리장성 보다 더 긴 길이 7775km, 폭 15km 의 초대형 숲의 장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하라, 사헬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황폐화된 토양을 나무숲으로 안정시키고 바람의 건조화를 막으며 미세 기후를 회복시켜 나무 주위에서 식량 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돕는데, 10년이 지난 현재 사업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종종 우리의 인생여정이 산과 계곡을 오르내리는 굴곡 있는 힘든 과정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산과 계곡의 여행길은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예상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내하며 가기 쉬울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험한 인생길은 오히려 사막을 지나는 과정이라는 비유가 더 적절하다. 변화무쌍한 기후변화와 강한 바람으로 길의 모양도 없어지고 모래 산이 여기저기로 바뀌어 길을 잃기 쉬운 황량한 여정 길, 누구도 앞을 알기 힘든 길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외부적인 환경을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바른 방향만을 가리키는 나침판을 따라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이 캄캄하고 혼란스러울 때 우리의 나침판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우리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삶의 이유는 무엇인가. 낙심하여 깊은 좌절로 어두움에 있는 이들이 다시 희망의 길을 찾아가도록, 우리가 받은 사랑을 가족, 이웃과 함께 나누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프리카의 사막화로 고통당하는 아프리카의 형제, 자매를 생각하며 그들이 해맑게 활짝 웃는 행복한 모습을 꿈꾼다.

<김홍식 /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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