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오르고 고층 건물은 더 높이 올라간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아이러니다. 서민은 울고 부자는 웃는다. 몇 자리 없는 신분 상승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청년들은 빚을 내 주식투자에 뛰어든다. 이른바 ‘팡(FANG) 주식‘. 페이스북(F)과 아마존(A), 넷플릭스(N), 구글(G)이다. 팡하고 터질 거품일지라도 상승 그래프에 낚싯대를 던진다.
춤추는 그래프가 구조밧줄이 되려면 돌아갈 세상도 안정화해있어야 한다. 탈출한 곳이 더 엉망인 세상, 넷플릭스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 같은 상황이라면 각자도생도, 주식도, 의미없다. 아카데미 하그리브스 가문 주인공들은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지만 가는 시대마다 사태는 더 꼬여있다.
세상을 ‘조금’ 바꿀 기회는 있다. 이 때문에 (솔직히, 아시다시피, 사실상) 작은 힘이 있는, 유권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11월3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캘리포니아주 선거다. 주민발의안 15(Proposition 15)가 유권자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15 법안은 현행 주민발의안 13을 ‘일부’ 개정하는 법안이다. 핵심은 그 ‘일부’다.
15 법안은 주택, 임대 아파트 등 거주지 부동산을 제외한 ‘300만 달러 이상의 상업, 산업용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구매 당시 가치가 아닌 ‘현 시장 가치’로 재평가하자는 내용이다. 농지와 녹지는 제외. 전체 75% 이상이 주거지인 주상복합 건물도 제외다. 대상은 전체 부동산 시장의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가 부동산이다. 디즈니랜드와 셰브론, IBM 등이 대표 선수다.
1978년에 통과한 13 법안은 주 재산세 제도를 안정화하는 기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고가 부동산 소유자의 세금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 세금 산정 기준이 현 시장 가격이 아닌 과거 구매 가격의 1%로 돼있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주는 사실상 30~40년 전 기준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일부 기업은 사업체 별로 소유주를 분산하는 등 세금회피 기술을 써 대표 소유자가 바뀌어도 과거 기준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부동산 세수에서 주거용 부동산 세수 비중이 55%에서 72%로 느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USC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5 법안으로 발생하는 세수는 120억4,000만 달러다. 92%가 고가 상위 10% 부동산 소유주에서 나온다. 신규 세수 60%는 커뮤니티 사업에 들어간다. 나머지 40%는 공립학교와 커뮤니티 칼리지로 투입된다. 이 발의안을 ‘학교 커뮤니티 퍼스트(Schools and Communities First)’ 이니셔티브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중 89%는 K-12 공립학교로, 나머지 11%는 커뮤니티 컬리지에 투자된다.
여러 기대효과가 있다.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소상공인은 물품 등 장비에 대해 최대 50만 달러 재산세를 면세받는다. 스타트업에게 기회다. 덩달아, 지역 정부는 그 이점을 토대로 지역 사업가가 도시 공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다. 그동안 지역 정부는 주로 소상공인에게 각종 수수료를 부과해 부족한 곳간을 채워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내년 캘리포니아 재정 적자는 540억 달러로 점쳐지고 있다. LA 예산 부족분은 4억 달러로 추산된다. 각종 사회복지사업이 축소될 것이 뻔하다. 사회 약자층부터 고통받기 시작할 것이다. 주민발의안 15가 페인킬러, 진통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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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호 민족학교 커뮤니케이션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