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숲”이란 산문집을 20년 전에 냈다. 당시 아마존 열대림 수백만 에이커가 타고 5대륙 곳곳에서 산불이 번지는 중이었다. 그 재해를 보며 점점 더 심해질 지구 온난화와 산불 대형화를 경고하는 환경학자들의 우려를 담았다.
그 우려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왔다. 올 여름 산불은 이제 재앙으로 변했다. 먼 나라 불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전 주에서 메가톤급 화재가 동시 다발했다. 근 달 반을 지속된 역대 최악 산불의 매연으로 세상은 온통 진홍빛으로 변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화마, 이중고에 시달리며 지구의 종말을 연상했다. 대피주의보가 내려 마음 졸인 채 몇 밤을 지샜다.
초대형 산불의 과학은 무엇인가? 왜 예전보다 파괴력이 수백, 수천 배 더 강해지고, 커졌으며, 일찍 발생하고, 빨리 번지는 것일까?
우선 잘못된 산림 정책 때문이다. 본래 산불은 자연생태 순환의 큰 고리였다. 번개가 산불을 일으키면 오랜 나무들을 태우고 그 재는 땅을 비옥케 한다. 그 자리에 새싹이 돋아 건강한 숲의 순환을 이루었다. 옛날엔 묘목이 크기까지 산림 곳곳에 초원이 형성돼 진화가 용이했다.
그런데 1910년 미 서부에 큰 산불이 나 80여명이 희생되었다. 그 후 미 정부는 인명보호를 위해 산불이 나면 무조건 진화하는 서프레션(Suppression) 정책을 채택했다. 1974년 연방 산불방지법이 발효되면서 ‘무조건 진화’ 정책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비록 피해자는 줄었지만 산림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기 시작했다. 산불이 간간히 묵은 나무들을 속아주질 못해 잡목들이 쌓이고, 나무들의 키는 계속 자라 ‘숲 지붕(canopy)’을 형성했다. 문제는 지구 온도가 높아지고, 가뭄이 계속되면서 바싹 마른 나무들이 불쏘시개가 된 것이다.
이런 불쏘시개 나무들을 소위 ‘사다리 연료(Ladder fuels)’라고 일컫는다. 산불이 나면 순식간에 나무 지붕 쪽으로 불길이 솟고, 강풍을 따라 널뛰듯 퍼지는 것이다. 눈 깜짝할 새 축구장만한 삼림을 초토화시키며 번진다. 소방관들이 불길을 쉽사리 제압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무조건 진화’의 문제점을 안 후, 최근엔 작은 산불을 일부러 일으켜 대형 산불을 막는 ‘관리된 진화’(Prescribed Burning)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잡목들을 속아내도 제거 비용이 엄청나고, 상업적 가치도 없어 별 실효를 못 얻고 있다.
사람들이 숲 속에 집을 짓는 추세도 문제다. 도심의 높은 집값과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산속에 우후죽순처럼 주거지가 형성되고, 이들을 보호하려 ‘무조건 진화’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 원인은 급속한 지구온난화이다. 극명한 예가 2019년 여름, 시베리아 툰드라 극지방, 640만 에이커를 태운 대 화재이다. 온도가 기록적인 100.4F로 치솟으며 수세기 동안 동토 속에 갇혀있던 이탄(泥炭)층에 화재가 발생,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었다.
지난여름, 2,800만 에이커를 태운 호주 대 화재는 더욱 비참했다. 쿠알라 5,000마리를 포함, 파충류 등 30억 동물들이 타 죽은 최악의 재앙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온난화도 가속화돼 역대 산불 20개중 절반 이상이 2015년 이후에 일어났다.
화재의 법칙은 30-30-30이다. 섭씨 30도 이상, 습도 30% 미만, 풍속 30km/hr 이상이면 경고등이 켜진다. 지금 지구는 기록적인 기온 상승에 숲의 습기는 증발되고, 예측 불가능한 계절풍이 심해져서 산불이 대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세력들은 여전히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근거를 부정하고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반면에 자연은 대형 산불에 적응, 진화하는 듯 보인다. 잭 소나무 종의 솔방울은 산불의 400도 이상 고열에서만 껍질이 열리고 발아한다. 혹자는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지구가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천만에, 지구는 살아남을 것이다. 비록 만신창이가 될지라도, 인간이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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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봉 수필가 Enviro 엔지니어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