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위인을 낳는다
2020-09-28 (월)
이기훈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 이사장
고 강원용 목사는 설교 중에 자주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해방 이후에 나온 신문기사 중에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나 비슷한 표현을 쓴 기사가 한 달 동안 한번도 없었던 적을 보여주면 상금 백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내 기억에 그 상금을 받아간 사람은 없었다.
한국의 현대사를 돌아보면 위기 아닌 적이 드물 정도로 험난한 역사였다. 6·25 전쟁에서 폐허가 된 한반도를 보며 맥아더 장군이 “이 나라를 회복하려면 백년도 부족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 후에도 4·19, 5·16, 10·26, IMF 외환위기 등 크고 작은 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한국은 단군 이래 가장 부유하고 세계 10대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문화적으로는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많은 인재를 배출했으며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대처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오죽하면 우리 민족의 특기가 위기극복이라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무엇이 이러한 반전을 이뤄내게 했을까? 돌이켜보면 위기의 고비마다 민족을 이끌었던 위인들이 있었다. 임진왜란이라는 위기에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보석같은 인물이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위기에는 위인이 나타났다. 남북전쟁이 없었다면 링컨 대통령이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현재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의 한 가운데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괴질이 전세계에 퍼지고 거의 일년이 지났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인구폭발, 자원고갈, 소득 불균형 심화, 국가 간의 갈등 등 앞이 안 보이는 위기이다. 이런 위기는 또 다른 위인을 위한 무대가 아닐까? 홀연히 백마 타고 나타나는 위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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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