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불태운 北… 지켜보기만 한 軍, 늑장대응 靑”
대한민국 국민이, 그것도 공무원 신분의 한 가장이 공무 중 표류된 채 북쪽 해상에서 발견됐다. 북한군은 구조하기는커녕 6시간 넘게 바다위에 붙잡아 뒀다. 그러다가 상부의 지시가 떨어지자 바로 사살했다. 그리고 기름을 부어 소각했다. 마치 바이러스박멸이나 하듯이.
2020년 10월22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에서 밤10시10분께까지 북의 등산곶 해안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무참히 살해되고 불태워지는 그 6시간여의 과정을 문재인정부의 군은 실시간으로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 상황이 청와대에 보고된 시각은 이날 밤10시30분께다. 심야에 청와대 긴급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은 빠진 채. 그러니까 대통령은 안보관계 장관 회의가 열린 것도 몰랐다는 거다. 당연히 대통령은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3시간 뒤인 23일 새벽 1시26분쯤에는 문 대통령은 유엔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강조했다. 북에 대한 비핵화 요구도 없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만 들먹인 것이다.
‘평화’ ‘평화’ ‘평화’. 문 대통령은 23일 열린 장성 진급 신고식 때도, 25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도 주문 외듯 반복해 외쳤다.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지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을 응징하겠다는 ‘립 서비스’조차 없이. 북한이라면 징그러울 정도의 가없는 인내심을 보이고 있다고 할까.
북한군의 이 엽기적 살인행위는 24일에나 국민에게 공개됐다. 이틀 동안 숨긴 것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상황을 대면보고 받은 지 33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10여분이 돼서야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과정을 전한 한 국내 신문의 헤드라인이 바로 “우리 국민 불태운 北… 지켜보기만 한 軍, 늑장대응 靑”이다. 이 기막힌 상황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당(黨)과 군(軍)과 정(政) 전체가 극악무도한 살인집단이다- 이런 김정은 체제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알 게 해준 것이 아닐까.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동시에 문 대통령의 이데올로기적 지향성, 거기에다가 청와대를 지배하는 멘탈리티랄까 하는 것들이 극명히 드러난 것이 이번 사건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오쩌둥을 존경한다고 했다. 마오쩌둥의 나라, 그 큰 산봉우리의 중국 앞의 작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중국과 한국은 운명공동체라고 했다. 누가 한말인가. 문 대통령이다. 자신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다. ‘남측 대통령’, 남쪽의 리더 정도로 스스로 낮추었다. 북한 방문중에 문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런 발언들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대한민국과 국제세계를 보는 시각의 윤곽이 잡혀진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진정한 주권국가가 될 수 없다는 386운동권식 역사관과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해방이후 지금까지의 세월을 아직 이룩하지 못한 민족국가 건설의 투쟁과정으로 보고 있는.
그 문재인 정권은 중국몽에 감화됐다. 그래서 빠져든 게 ‘나홀로 중화주의’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함께 전 세계 여론이 중국을 질타해도 문재인 정권의 중국사랑은 변치 않는다. 반미에, 친중, 친북이 문재인 정권의 정체성인 것이다.
이 문재인 정권의 통치기술은 편 가르기다. 분열과 혼란을 야기 시키는 거다. 존재하지도 않는 ‘토착왜구’라는 허상을 만들어내 반대세력을 적폐로 몰아가는 식의. 여기서 동원된 것이 디지털 홍위병이다.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홍위병이 날뛴다. 이와 함께 권력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의식의 좀비(zombie)화’란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멀쩡했던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 뱉는다. 듣는 사람이 창피할 정도다. 유체이탈 화법 정도가 아니다. 사교집단의 방언이랄까. 예속을 자유라고 강변하는 조지 오웰 식의 언어랄까,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말을 해댄다. 그런 사람들이 집권 세력 쪽에 몰려 있다.
조국사태부터 번진 증세다. 그러던 것이 윤미향을 지나 추미애사태 들어 부쩍 확산됐다. 탈영의혹을 받고 있는 추미애의 아들이 안중근 의사와 동렬에 오르면서 대한민국 안보의 보루인 군은 급기야 문재인 정부군이 되고 만 것이 바로 그렇다.
‘왜 군은 방관만 하고 있었나’- 피격 사망한 공무원 이모씨가 북한 당국에 발견되고 총살당할 때까지 ‘절체절명의 6시간’과 관련해 던져진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사건발생 한 주가 되어가는 시점에 이렇게 정리되고 있다. ‘우리 국민을 구출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문 대통령이 침묵을 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좀비근성 사람들의 특징이다. 반대로 한 마디만 하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든다. 추미애 구하기에 국방부가 전 방위로 뛴 데서 볼 수 있듯이. 반대로 ‘대통령이 평화를 외치는 마당에 감히 김정은의 심기를…’ 이 역시 좀비근성의 또 다른 특색이다.
권력주변의 ‘좀비’화는 오늘도 확산되고 있다. 모처럼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북한만행을 규탄하고 나섰다. 그러던 것이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담긴 통지문이란 것을 받아든 후 일제히 태도를 바꾸었다. 마치 남북평화정착의 새로운 전기라도 찾아 온 양 희희낙락하면서.
왜 대통령이, 군이 존재해야 하나. 이런 질문도 금기사항인가. ‘좀비의 나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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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