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한국신문에는 일관되게 정부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기고문이 실리고 있다. 그 공통점은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일이 아주 애매하여 함부로 투기라고 속단하여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투기가 아닌 투자행위의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투자와 투기를 명확히 구별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벨상 감이라고까지 했다. 필자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노벨상에도 관심이 없지만 내가 가진 상식적인 수준에서 그것을 구분해보고 싶다.
투자는 장기적인 기대와 안목으로 한다. 예컨대 어느 기업에서 장래 공장을 짓기 위하여 땅을 미리 사놓는다든지, 또는 개인이 은퇴 후 도시를 떠나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어 택지를 구입한다든지 하는 실수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반면에 투기는 무슨 소문을 듣거나 혹은 정부기관으로부터 미리 정보를 알아내어 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땅을 사는 것 같은 행위이며, 그곳에 살 계획이나 농사지을 생각도 없이 오직 수익의 극대화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다.
주식을 사고파는 일에도 투자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하지만 투기는 하루에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식가격을 보고 싸면 샀다가 조금이라도 가격이 오르면 즉시 되파는 ‘데이 트레이딩’같은 행위를 말한다. 투자의 귀재라 부르는 워런 버핏의 주식투자 제1계명이 장기 투자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주장은 부동산 가격도 다른 물가와 같이 자연스러운 경제원리 즉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맡겨야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이 만들어내는 가수요 때문에 집값이 뛰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각종 규제를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논리다.
과연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리에 맡기면 문제가 없을까. 천만에 말씀. 경제란 근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가장 밀착된 행위이기 때문에 민주국가라 하여도 세밀한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부조리와 불법행위가 성행하는 세상이 되고 만다. 그래서 폭리, 매점매석, 가격담합, 암거래, 부당이득, 투매(덤핑), 킥백, 분식회계, 차명계좌, 돈세탁, 주가조작, 편법증여, 환치기, 탈세 등 수많은 경제 비리를 국가에서 감독하고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아무런 제약없이 자연스러운 순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강남불패신화’로 표현되는 기현상을 잡으려고 정부가 23회나 되는 대책을 발표하고 다주택자들이 여분의 집을 팔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부동산 사무실에는 집 팔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고 어떻게 이번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만 온다고 한다. 가히 한국인의 부동산 집착은 북한 정권의 핵무기에 대한 집념이나 미국인의 총기애착만큼 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국신문에 기고한 전문가들과 지성인들은 정부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투기하지 맙시다”라는 캠페인을 주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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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건축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