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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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사람은 이타적이다

2020-09-03 (목) 지나 김 / 뉴욕한국요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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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잘 익은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루어 일렁이는 넓은 논두렁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언제나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부요해지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 풍경의 주역인 곡식들은 모진 환경 속에서도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충실하게 버티며 그렇게 쓰러지지 않고 잘 자라났다. 그래서 그 황금물결의 장관은 많은 어려움을 꿋꿋이 견디어 낸 승리의 모습이라도 해도 좋을 듯싶다.

잘 익어 고개 숙여진 벼와 곡식의 모양은 지금까지도 우리 자신과 주위를 겸비케 하기 위한 교훈으로 종종 적용되어 지고 있다. COVID 19이라는 거대한 핵폭탄 이상의 위력이 우리의 삶을 연일 송두리째 흔들어 대고 있다. 지구촌 구석 구석 모든 부문에 상처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의 소용돌이의 늪은 어디까지인지 전혀 예측불허다. 정치 경제 문화 환경...모든 면에서 삶 자체가 참으로 혼돈스럽기까지 하다. 그 어떤 긍정적 가능성도 기대하기가 힘든 상태다.

매우 두려운 현재 진행형의 연속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 모두는 지구촌에서 운명적으로 이때를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어려움의 팬데믹 속에서 함께 숨쉬고 있는 공동체들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염려하며 보듬어 안아 줄 때가 아닌가싶다. 극한 어려움 속에서 더욱 빛나는 이타적 understanding 의 마음... 단어에 걸맞게 진정한 낮은 섬김의 자세로 말이다. 성숙함이 있는 겸손한 자세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것 같다.

깊은 배려와 마음, 사랑, 시간, 에너지, 물질, ...그 무엇이라도 나눌 수만 있다면 쌓여진 아픔과 깊은 상처는 그래도 치유와 회복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귀한 나눔으로 인해 아름다운 사랑의 발자국의 흔적이 자신의 삶속에 남겨져 있다면 그 얼마나 뿌듯할까 싶다.

확신하건대 나눔의 사랑 속에 숨겨진 기쁨의 비밀은 베푼 사람만이 알고 소유할 수 있는 큰 보화가 될 것이다. 그럴진대 육신의 장막을 걷고 떠날 때에는 후회도 부끄럼도 없이 홀가분하게 훌훌 떠나자. 질병도 경제 불황도, 전쟁과 삶의 질고도 그 어떤 애통함도 없는 그 곳으로 말이다.

오직 평온과 무한한 사랑만이 존재하는 그 영원한 본향으로 향하는 길목에 잠시 멈춰서 자신에게 한번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 런지… 그래, 그래도 참, 잘 살다 가는 인생 여정이었어! 그렇지?

<지나 김 / 뉴욕한국요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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