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 커노샤에서 발생한, 비무장 흑인 아버지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의해 무차별 총격을 받은 사건으로 미국이 다시 들끓고 있다. 등을 돌린 상태의 이 흑인에게 경찰이 총을 7발이나 연속 발사하는 장면은 차마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다. 지난 주 NBA와 MLB 등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경기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양식 있는 미국인들의 분노와 격렬한 항의시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무분별한 총격과 과잉 물리력 사용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여파로 경찰을 신뢰한다는 미국인 비율은 48%로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이다. 무분별한 총격이나 과잉 물리력 사용과 관련한 경찰의 보고서를 믿지 않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반대로 근무 중 총격이나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는 경찰관은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궁금증이 살짝 고개를 든다. 그래서 조사를 해 보니 2019년 이런 이유로 숨진 미국의 경찰관은 모두 38명이었다. 경찰관이 치안 업무 중 범죄자의 총격 등 불의의 사태로 목숨을 잃으면 온 커뮤니티가 애도하면서 최고의 예우로 그들의 희생을 기린다. 경찰의 노고가 크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것만큼 경찰관이 위험한 직업은 아니다. 2019년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으로 꼽힌 것은 벌목공이었다. 벌목공은 풀타임 10만 명 당 97.6명꼴로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이어 77.4명인 어부들, 58.9명인 파일럿 등이 뒤를 이었다. 건설노동자들도 목숨을 많이 잃는 위험 직종으로 매년 순위에 오른다.
하지만 경찰관은 아니다. 현재 미국 전체 경찰관 수는 8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지난해 목숨을 잃는 숫자는 38명이었으니 풀타임 10만 명당 희생자 수는 낮은 한자리에 머문다. 다른 직종들과 비교할 때 대단히 위험한 직종이라 보긴 어렵다.
그런데 재미있는 추세는 경찰의 물리력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사망 경찰관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에서 1980년 사이 사망 경찰관은 연 평균 231명에 달했다. 이후 매년 계속 줄어들더니 2013년에는 113명이 사망하고 최근에는 두 자리 수로 떨어졌다.
경찰의 희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이 같은 추세는 경찰의 ‘군대화’와 무관치 않다.
경찰의 ‘군대화’란 특공대를 꾸리고 군사용 첨단 무기로 중무장을 하는 것을 이른다. 경찰이 중무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인종폭동 진압을 하면서 부터이지만 본격적으로 군대화가 이뤄진 것은 9.11 테러 이후이다. 테러 근절을 명분으로 연방정부는 막대한 돈을 들여 경찰에 대한 군사무기 구매를 지원해 주었다. 그러면서 경찰의 중무장화는 가속화했다.
군소 경찰국들까지 특공대를 만드는 등 중무장이 이뤄지면서 사건 현장에는 중무장 병력이 출동하고 과잉 진압이 이뤄지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경무장 경찰관들만으로도 수습이 가능한 상황에 중무장 경찰이 투입되다 보면 불필요한 희생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또 경찰의 중무장과 군대화는 알게 모르게 총기를 사용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별로 위험해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총기로 사람을 죽이고도 면책을 받는 미국경찰과 비교하면 한국경찰은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총기사용 자체가 사실상 금지돼 있는데다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상황에서 발포할 경우에도 허벅지 이하를 조준하도록 돼 있다. 목숨이 걸린 긴박한 상황에서 대퇴부 이하 조준이라니, 너무 현실성이 없는 조항이다.
총기를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미국경찰과 아무리 위험해도 총기를 꺼내들기조차 힘든 한국경찰. 두 나라 경찰의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하지만 둘 다 바람직한 공권력과는 거리가 멀다.
경찰의 총기 사용과 관련한 합리적인 기준은 미국과 한국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어야 할 것 같다. 임무 중 숨지는 경찰관이 줄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것이 비무장 시민들의 무고한 희생을 낳는 무차별적 대응의 결과라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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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