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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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억울한 기분은 뭐지

2020-08-28 (금) 배광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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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간 들리는 것은 참담한 코로나 소식뿐이다. 코로나 사태로 가주 차량등록국(DMV)이 문을 닫았다가 업무를 재개했다는 뉴스를 접하자마자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DMV로 달려갔다. 운전면허증이 곧 만료되어 갱신해야 됐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6시쯤 갔는데도 긴 줄이 늘어섰다. 캘리포니아 정부기관 중 가장 짜증나는 곳이 바로 DMV다. 항상 줄이 길고 업무는 더뎌서 기다리노라면 속이 터진다. 최근엔 좀 나아졌는가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건물 밖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기다려야하니 줄이 더 길어졌다. 셧다운으로 일이 밀려 더욱 심하다.

문 밖에서 업무가 시작되는 8시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 내 차례가 됐는데 예약을 안 하고 갔기 때문에 기다린 보람도 없이 허탕을 쳤다. 약속을 하고 가면 시간도 절약되고 편하겠지만 기계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나같은 시니어들은 힘들다. 예약을 하려면 전화를 걸거나 웹사이트를 이용해야 되는데 그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화는 사람과 직접 연결되지 않아 뺑뺑이를 돌려 그만 지치고 만다.


결국 예약을 포기하고 몸으로 부딪쳐 떼를 써보자는 심산으로 보름쯤 후에 다시 DMV로 향했다. 도착하니 새벽 5시 반이었다. 그래도 내 앞에 십여 명 이상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DMV는 늘 기다리는 곳이니까 그러려니 생각하며 2시간 반을 기다렸다. 문제는 근처에 이용할 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이번엔 어찌된 일인지 예약 안하고 온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프리패스였다. 일찍 갔기 때문인지 DMV 안은 한산했다. 30분만에 싱겁게 일을 마쳤다. 한달간 운전면허증 갱신문제로 노심초사했는데 너무 쉽게 끝나니 뭔가 허전한 느낌마저 들었다. DMV를 나오자 큰 일을 해결했다는 뿌듯함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동네 마켓에 들렸는데 크레딧 카드를 그곳에 두고 올 정도로 붕~ 떴다.

집에 오자 느긋한 마음으로 배달된 신문을 펴 보았다. ‘CA DMV가 7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운전면허 일년 자동연장’이라는 제목으로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실려있었다. 감염병 취약층인 시니어들에게 팬데믹 기간동안 DMV 방문을 피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맙소사! 조금만 일찍 발표했더라면 내가 그 고생을 안 하는 건데…

절차에 따라 운전면허증을 갱신했으니 손해 본 것이 없다. 그런데 이 억울한 기분은 뭐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고 운전면허 유효기간을 일년 연장 받을 다른 시니어들 때문일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자.

<배광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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