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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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차이

2020-08-26 (수)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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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존 그레이 박사가 저술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남자와 여자 둘 사이의 언어와 사고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명제를 단순하고 명쾌한 비유를 통해 다룬 책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생각과 시각의 차이는 남자와 여자를 갈라 놓은 것처럼 같은 상황과 사물을 놓고 늘 전혀 다른 상황으로 인식해 대립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평상시 겪어 보지 못한 상황들이 우리들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일상의 경험을 놓고 시각과 생각의 차이 역시 우리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말이다.

실업수당을 놓고 업주와 해직자들 사이에서 간극이 있다.

지난달 말로 지원이 종료된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600달러는 해직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캘리포니아주 노동개발국이 1주에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실업수당이 450달러인데 여기에 600달러를 더해 1주 실업수당이 1,050달러, 4주면 4,200달러였다. 웬만한 직장의 급여보다 실업수당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업주들은 실업수당이 급여보다 많다 보니 일들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잠시 준 해고 상태에서 재고용 의사를 타진해도 실업수당 때문에 직장 복귀를 하지 않아 인력난을 겪기도 했다.

해직자들에게 실업수당은 경제적인 여유를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한달 벌어 간신히 잔고를 제로로 만들었던 빡빡한 생활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실업수당을 통해 자신들이 받고 있던 급여 수준이 낮다는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전 직장으로 복귀하기가 선뜻 쉽지 않았던 것도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경제적 욕망 때문만이 아니라 실업수당 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탓이기도 하다.

식당들의 야외 영업을 놓고도 시각의 차이는 존재한다.


식당들이 주차장을 활용해 캐노피를 치고 간이 식탁과 의자로 마치 한국의 포장마차를 연상케 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

이를 놓고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회의론이 있는가 하면 실내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다는 찬성론도 있다.

식당 업주들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생존 방식이지만 입장에 따라 대립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야외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미용실을 놓고도 찬반 대립의 시각 차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해석을 내놓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어쩌면 우리는 객관적인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각과 생각이 다른 것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른 시각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대립과 갈등의 시각이 아닌 이해와 존중의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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