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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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침묵… 무엇이 보이나

2020-08-2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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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주가 지났다. 8월15일이. 새삼 달력을 들여다본다. 8월도 하순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작은 글자로 표시된 ‘국치일’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광복의 날이자 대한민국 건국의 날. 2020년의 그 날 멀리 서울 발로 들려온 소식이 그런데 그렇다. 저주의 굿판이라고 할까.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 정부 주요인사,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유족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광복회장이란 사람이 기념사란 것을 통해 퍼부은 것은 온통 저주의 언어였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이승만’이라고만 호칭하면서 친일파로 몰았다.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함께 부른 그 현장에서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친일 민족반역자로 낙인찍었다. 6.25의 영웅 백선엽 장군도 사형감이라고 매도하고 국립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인사의 파묘를 주장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되는 나라’이고 그 대한민국이 태어난 날이 ‘국치일’이라도 되는 양 해괴한 논리를 펼친 것이다.

‘건국절에, 광복절에 대한민국 국민은 두 갈래로 찢겼다’-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그날 그 자리에서 그 저주를 직접 듣고도.
침묵을 지킨다. 국정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가 떠들썩한 사안에도. 이번만이 아니다.

성추행의혹을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사건 발생 40일이 지나도록 대통령은 한 마디 말이 없다. 이른바 페미니스트요,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의 그 과묵한(?) 행동거지를 미국의 CNN이 나서서 꼬집을 정도로.
위안부 운동을 반일 비즈니스의 브랜드로 내세워 기금을 빼먹은 의혹을 사고 있는 윤미향 사태 때도 그랬다. ‘검찰개혁, 이는 다름 아닌 검찰을 말 잘 듣는 개로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여론이 비등하면서 대통령 지지율마저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침묵이다.

조국사태에서, 청와대 개입 부정선거 의혹, 잇단 권력형 비리에 이르기까지 국기를 흔드는 잇단 사안이 발생해도 문 대통령은 내내 침묵을 지켜왔다.

국내 사안뿐이 아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날로 확산되면서 SOS가 날아들었다. 촛불 정신의 나라 대한민국의 도움을 호소한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다.

급기야 홍콩 국가안전법이 제정되면서 민주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검거가 이루어졌다. 미국이 나섰다. 유럽의 나라들이, 호주가, 캐나다가, 일본이…. 그런데 여전히 침묵이다.


중국이 두렵다.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 뭐 이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참상에도 문 대통령은 오로지 침묵이다. 아니, 이제는 그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북한주민을 돕는 국내 인권단체를 핍박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화하고 있다- 이 같은 프리덤 하우스의 보도가 나온 것이 지난해다. 그 지난해 12월 국제인권연맹(FIDH),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휴먼라이트 워치 등 3대 국제인권단체를 포함해 67개 비정부기구와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국제 인사 10명은 연명으로 된 공개서한을 문재인대통령에게 보냈다.
북한 인권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한국정부의 침묵은 북한정권의 인권탄압을 조장한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도 계속 침묵했다. 그 가운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일찍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의 탈북 및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정부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김여정의 요청에 따라.

워싱턴 발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상을 높이 평가하던 미국의 지한파 인사들마저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한 것. 문 대통령의 계속 되는 침묵 가운데 당국의 북한 인권단체 탄압은 계속됐다. 우려의 목소리는 분노로 변하면서 8월 들어서는 미국의 전직 고위 당국자들이 항의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굳게 닫은 입. 거기에서 먼저 표출되는 것은 뭘까. 대통령의 심기다. 불편하다는 것을 침묵의 형태로 고집함으로써 특정사안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동시에 비열함도 엿보여진다. 불리하다 싶으면 입을 다무는 거다. 그 문 대통령이 광복절 광화문 집회 다음 날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전광훈 목사와 교회를 겨냥한 듯 ‘방역 방해 행위는 법치 차원에서 엄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여론몰이에 유리할 것 같은 현안만 골라 입장표명을 하는 대통령. 그 자세가 비열하고 저열해 보인다.

침묵, 그것도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은 동시에 일종의 무언의 강력한 신호다. ‘우리 편을 사수하라‘는. 저주의 굿판이 된 광복절 기념사에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자 뒤따른 것은 ‘그 발언이 어때서…’란 주장의 난무다. ‘문빠’는 물론이고 여권 전체에서.

더 주목할 점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 핵심들이 광복절을 기점으로 일제히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는 깍듯이 사대의 예를 다하면서.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서울 아닌 부산을 방문하자 정부당국자가 허겁지겁 따라간 데서 보듯이.

어떻게 봐야하나. 이제는 전후사정 돌아보지 않고 진로를 좌향좌로 꺾고 ‘올인’하겠다는 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한 침묵. 뭔가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느낌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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