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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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방문기

2020-08-22 (토) 강영혜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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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일행과 내가 산타클라라에서 솔데드(Soledad)를 향해 떠날 때는 정오를 막 넘기고 있었다. 하이웨이에 진입할 무렵부터 내린 비에 유리창의 윈드실드가 빗물을 털어내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몇 달 전부터 준비한 것을 교도소의 재소자들 앞에서 크로마하프에 담아 연주할 것이다.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문득 기대보다는 걱정이 엄습해왔다. 얼마를 갔나, 텅 빈 들판에 비를 맞으며 고개 숙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살리나스를 지나고 있었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그 농장 지대였다. 오클라호마에서 이주한 당시의 노동자들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실상이 떠올라 애처로웠다. 우리는 살리나스에서 잠시 내려 간단히 요기한 후 목적지인 솔데드 교도소를 향해 떠났다.

그곳은 중범 죄수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어서 방문 수속이 아주 까다로웠다. 겹겹의 문을 통과한 후 거기서 목회하시는 두분 목사님의 인솔 하에 예배실을 향해 가는데 교도소 안에도 생각 외로 나무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처음 교도소를 방문한 내 마음이 이 꽃과 나무로 다소 진정됐다. 한편 경직된 교도관들의 모습에서는 긴장감과 수용자들이 느낄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졌다.


재소자 팀이 음악을 리드한 후 우리는 홀을 가득 메운 파란색 수의를 입은 수감자들 앞에서 7곡을 연주하였다. 그들은 한 눈 팔지 않고 우리의 연주를 들으며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한 재소자가 내게 다가와 어렸을 때 선생님이시던 선친께서 이 악기를 연주하곤 했다며 향수에 젖었다.
앞에서 연주를 열심히 들어준 한국 청년은 훤칠한 외모에 모범수의 모습이었다. 그의 청춘을 안타까워한 몇몇 회원님들이 그의 앞날을 축복하면서 그를 허그 해주었다.

돌아올 때 젊은 시절 감명깊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형벌을 받은 후 중병에서 소냐의 사랑으로 완쾌되며 참회하는 장면과 소냐가 면회를 오고 서로 감동의 눈길을 주고받던 형무소, 곧 기다림과 행복을 암시하며 마무리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교도소 안에서도 빨강 장미가 피어나듯이 수감자들에게도 희망이 환히 피어나길 기원했다.

<강영혜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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