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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2020-08-1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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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강자들끼리 싸우는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는 약자가 중간에 끼어 피해를 입게 됨을 비유해서 나온 말이다.

1992년 발생한 4.29 LA 흑인폭동 당시, 경찰은 주로 베버리힐즈나 할리우드 같은 백인중심의 부촌을 지키고 한인타운은 나 몰라라 했다. 폭도들의 행패로부터 백인들 거주지는 막아 놓았지만 한인타운은 열어둔 상태에서 폭동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흑인은 물론, 히스패닉 갱단들까지 합세하면서 한인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타겟이 되었었다.

그때 한인들은 흑백갈등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공격을 받았다. 흑인 폭도들을 막아내기 위한 한인사회의 처절한 저항이 미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마치 이 사건이 한흑갈등인 것처럼 비쳐져 그때 한인들은 심적 고통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감동적인 연설 이후 지난 50년간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의 인권이 크게 향상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흑인과 아시아인 사이의 갈등이 또 다시 제2의 흑인폭동으로 비화된다면 백인들은 아무런 대응도 안하고 오히려 더 좋아라 양측간의 갈등을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할 것이다.

각 대학에는 소수민족을 위한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있다. 기회의 차이를 상쇄시키기 위한 일종의 어드벤티지이다. 1960년대 흑인인권운동의 영향을 받고 생긴 것으로, 처음에는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시작됐으나 지금은 성, 장애로까지 확장됐다.

그러나 대학들의 소수민족 출신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정책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이비리그 예일대가 학부생 입시에서 아시아계와 백인 지원자들을 불법 차별한 사실도 미 법무부가 얼마 전 확인했다.

소수민족 이민자 가정 출신의 한 예일대 학생은 “분열을 조장하는 조치”라며 “백인들이 소수 민족간에 싸움을 붙이는 교과서에 나오는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 한 학생도 고교 시절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만연하고 있는 반 흑인 정서는 현재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우리도 다양한 목소리로 좀 더 진지하게 토론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몇 년전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대학에 첫 한인계 총장이 탄생했다. 그 후로 캘리포니아에 UC계열 대학 총장, 예일대 학장도 다 한인이 배출됐다. 실력과 성과 위주로 검증을 하다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한인이 소수민족으로서 당하는 차별을 딛고 실력과 노력만으로 백인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모습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인들이 성공한 소수민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에게 더욱 시기와 질투의 대상으로 비쳐지는지도 모른다. 같은 유색인종이면서도 한인들은 계속 차별을 받는, 새우등 터지는 현실이다.

만의 하나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후보가 실패할 경우, 전국의 소수계층이 연대하여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까? 왠지 걱정이다.
미네소타주 경찰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사망시키자 흑인 폭동이 전국으로 확산됐었다.

그 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배후인 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러다가 LA폭동 때처럼 백인주류의 미디어가 이를 한인들과의 갈등으로 맞불을 놓는다면 그 참혹한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인들이나 아시안 커뮤니티는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 커뮤니티간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는 격언을 기억했으면 한다. LA폭동 이후 한인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가 지금 어떤 상황으로 진행 중일까? 설마 하고 방관하다가 큰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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