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이 지역을 지배하려들고 있다.’ ‘중국의 전술은 때에 따라 변한다. 전략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은 영구적 충돌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결말은 전쟁이 될 수도 있다…’
홍콩에 또 한 차례 검거선풍이 몰아닥쳤다. 중국을 비판해온 빈과일보 창업주 지미 라이 회장과 경영진이 강제 연행됐다. ‘홍콩 민주화의 여신’으로 불리는 아그네스 초우도 체포됐다.
제재에는 제재로 맞선다.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중국 측 고위당국자들에게 제재를 가하자 중국도 바로 응수를 해왔다.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 마이클 아브라모치 프리덤 하우스 회장 등 11명의 미국인에 제재조치를 내린 것. 이 후 바로 몰아닥친 것이 무더기 검거사태다.
‘중국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 격렬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B-2 전략 폭격기들을 속속 전진 배치시키고 있다. 미 본토에서 하와이로, 또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로. 남중국해의 전운은 날로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은 1차 세계대전 발발 전의 유럽열강의 지도자들이 맞았던 정황을 떠올리게 한다.” 헨리 키신저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9개의 센텐스로 정리했다.
앞서 열거한 문장들은 그 아홉 개 문장 중 일부로 요약하면 현재의 상황은 1910년 이후, 1차 세계 대전을 앞둔, 그러니까 2차 발칸전쟁이 일어나고 유럽의 열강들의 개입의 폭이 깊어진 그 때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독일제국의 빌헬름 2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블룸버그지의 분석이다.
상호간의 적개심은 계속 높아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함께 특히. 총영사관이 폐쇄된다. 제재는 제재를 부르고 남중국해에서, 대만해협에서 맞불 무력시위가 잇단다. 이 상황이 결국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영국제국과 독일제국의 충돌과정과 흡사하다는 거다.
“아니, 그보다는 1930년대 나치 독일과 더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소수민족에 엄청난 탄압을 가하고 있다. 국경에서 계속 시비를 건다. 뇌물 아니면 협박을 통해 약한 인접국들을 들볶는다. 이른바 ‘배타적 영향권 확보’를 위해. 독재자에 대한 개인숭배가 강요된다. 그리고 미친 듯이 군비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공산당 통치의 현 중국의 모습으로 1930년대 모델의 전체주의 1당 독재체재 나치제국을 빼 닮았다는 거다.
정부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기관에 중국공산당은 정치요원들(commissars)을 파견해 철저히 감시한다. 교회에는 끔직한 박해가 따른다. 완벽에 가까운 디지털 감청체제로 말 그대로 전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특히 주목할 부문은 중국공산당이 통치 이데올로기로 동원하고 있는 한(漢)지상주의의 중화민족주의다.
황제의 후손인 한족이면 모두 중국인이다. 이런 논리를 펴면서 중국공산당은 대만은 물론, 동남아지역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중국인, 심지어 미국거주 중국계들에게도 충성심을 강요한다.
그 모양새가 아리안민족의 우수성을 내건 나치의 인종 이데올로기와 아주 흡사하다.
인종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나치는 유대인과 수많은 소수민족을 학살했다.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잔혹한 소수민족 탄압, 문화와 정체성 말살작업도 이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1938년 당시 자유세계는 악의 제국 나치로부터 어떤 해악이 몰려올지 전혀 예측을 못했다. 그래서 방치한 결과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대학살이란 참화를 겪게 됐다. 시진핑의 중국체제가 3차 대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공산당 통치의 중국으로부터 어떤 해악이 몰려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 발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은 경험하고 있지만.
중국은 세계평화의 위협이 되고 있고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란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가 내린 결론이다. 과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미국과 미국의 동맹은 중국과의 경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키신저의 진단이다. 중국과의 제 2의 냉전 승리는 자유세계가 하나가 될 때 확실히 담보될 수 있다는 거다.
2차 대전 초 벨기에,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혹시 나치침공을 모면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모두 나치의 침공을 당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상황에서 중립의 여지는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눈은 대한민국으로 쏠린다. 명색이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런 문재인 정부의 한국이 어느 대열에 합류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표명을 안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전해진 것이 중국 외교수장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방한 뉴스다.
목적은 뻔하다. 곧 이어질 시진핑의 방한을 통해 미국과의 대립상황에서 한국을 중국의 우군으로 끌어당기는 사전정치작업을 하겠다는 거다.
걱정이 앞선다. 여전히 중국몽의 미몽에서 못 벗어난 것이 청와대의 마음으로 비쳐져서다.
<
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