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 ture)’는 1985년에 개봉된 영화이다. 제목 그대로 ‘과거로의 회귀’ 즉 타임머신을 통한 시간 탐험을 주제로 한 공상과학 영화이다.
주제는 주인공인 고등학생이 우연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 운명의 흐름을 바꾸고 난 뒤 그 시점에서 다시 미래인 현재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80년대 추억의 이 영화가 지금 다시 생각나는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현대문명이 과거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중세시대에는 농노가 영주에게 일정량의 공물을 바치고 그에 예속되어 있던 제도로 봉건제가 있었다. 이 제도는 영주가 해당 지역을 관리하고, 생산물로 스스로의 무장을 마련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중세 프랑크 왕국이 이슬람의 침입에 대비해 신하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고 기사를 양성하도록 한 지배계급간 거래 같은 것이다.
백성들은 자체적으로 방어가 힘들었기 때문에 원탁의 기사와 같은 뛰어난 무사들의 보호가 필요했고, 그 대신 농노들은 영주의 땅 경작, 성곽 건설 등의 부역 노동에 동원되었다.
제후 혹은 기사들은 농노들에게 충성과 지배를 대가로 토지의 경작을 허락한다. 이런 예속적 관계는 시장의 확장을 통해 붕괴되었고, 프랑스 혁명같은 농민 봉기로 인해 결국 영주와 기사계급이 몰락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기본으로 하는 현대 국가체제가 도래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인류는 지난 50년간 전세계 수억명의 중산층 붐을 통해 안락한 삶을 마음껏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 중산층이란 말은 과거의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그 안락하던 중산층이 이제는 마치 중세시대같이 정부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농노처럼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좀 과민한 반응일까.
이제 현대인들은 하루아침에 코로나로 인해 직장과 삶의 터전을 잃고 정부가 매월 지급하는 보조금을 타서 쓰는 입장이 돼버렸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도 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이다.
또 코로나 백신이 나오면 다함께 맞아야 할 상황이다. 앞으로는 아마도 코로나 확산으로 백신을 안 맞으면 비행기도 못타고, 이동의 자유마저 쉽게 하지 못할 형편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9.11 테러 발생후 비행기 탑승때 모든 탑승객들은 온몸을 검색 당했었다. 이제 코로나 시대에도 모두 잠재적인 병원체 병균 보유자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중세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도 코로나 덕에 나라에서 정한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생계 보존은 물론, 자유도 전보다는 꽤 줄어 들지도 모르겠다.
‘봉건' 이라는 말에 흔히 ‘낡은' 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쓰였던 이유는 시장중심의 중산층 시스템의 편리함에 우리가 그동안 익숙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우리도 어쩌면 인류의 조상들처럼 사냥하고 과일을 따먹던 수렵 채집의 시절로 되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경제활동’이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사냥과 채집을 해야 하고, 반대로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부족끼리 단단하게 하나로 뭉쳐야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냥은 항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채집량 확보도 고정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냥한 고기를 서로 나누어 먹어야 하고 생계를 위해 산과 들을 헤매며 사냥과 채집을 하러 다녀야 된다.
하지만 살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여야만 생존이 가능한 게 오히려 현대인보다 더 행복한 삶일지도 모르겠다. 배가 너무 불러 우쭐해 하는 사람들이 줄고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 매고 할 때 오히려 더 서로 간에 진정한 감사를 알지 않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사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올지라도 우리가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열심을 다한다면 코로나 이후의 미래가 더욱 아름답고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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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