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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의 싸움

2020-07-28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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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현재 한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1만4,175명이다. 같은 시각 미국내 환자 수는 424만이다. 미국 인구가 한국에 비해 6배 많은 걸 감안하더라도 미국에서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50배가 높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첫째는 한국의 엄격한 방역 지침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한국 입국자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 입국 당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하고 하루 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도 2주간 집에서 나올 수 없다. 감염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 검사를 해도 음성 판정이 나오기 때문이라 한다.

격리 기간 아침저녁으로 핸드폰 앱으로 체온을 측정해 보내야하고 수시로 구청 직원이 전화로 안부를 묻는가 하면 불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집에 없으면 한국인은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해지고 외국인은 추방될 수 있다.


최근 프랑스 연구진은 한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적은 것은 김치 등 발효식품 덕이란 연구 결과를 내놨다. 몽펠리에대 연구팀에 따르면 발효된 김치를 먹는 민족이 그렇지 않은 민족보다 코로나에 덜 걸리며 배추를 소금에 절인 ‘사워크라우트’를 먹어도 같은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를 먹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발트해 연안 국가의 감염률이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현저히 낮았다. 같은 스위스 내에도 독일어권이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권보다 사망률이 낮았다. 연구팀은 그 이유로 발효 식품을 먹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인체 침입을 돕는 ACE2라는 요소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한국인의 코로나 예방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SARS와 MERS 등 전염병을 겪었고 이때부터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거기다 해마다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도 이를 부추겼다. 한국인들에게는 마스크 착용이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 덕에 대다수 한국인들은 정부의 마스크 착용 지침을 거부감 없이 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이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할 경우 감염률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외국에서 입국해도 하와이 등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SARS, MERS도 겪지 않았고 황사와 미세먼지도 없어 마스크 착용이 생소한데다 전문가와 정치인들도 마스크의 방역 효과에 관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라는 트럼프도 최근에서야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발효식품도 별로 먹지 않는다. 이러고도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염치없는 일이다.

한동안 미국내 코로나 대응 모범 사례로 꼽히던 가주마저 연일 확진자 수가 최고를 기록하자 다시 미용실과 식당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서고 있다. LA카운티의 경우 5월말 4%대였던 확진자 비율은 7월초 8.5%로 치솟았고 전파율도 1.1에서 1.3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으로서 미국의 유일한 해결책은 백신의 조속한 개발밖에는 없어 보인다. 다행히 이 분야에서 희망의 싹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인 모더나사는 2차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번 주부터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3차 실험에 돌입했다. 여기서도 성공을 거두게 되면 올해 안으로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영국 의료진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들이 만든 제품을 미국에서 팔려면 미국 내에서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 미국 정부가 외국에서 한 연구는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8월에는 옥스포드 연구팀이 개발한 백신, 9월에는 존슨&존슨팀 백신, 10월에는 노바백스 백신의 대규모 임상실험이 예정돼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들 백신의 효과가 입증돼도 이것이 대량 생산에 들어가고 국민 대다수를 상대로 예방접종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빨라도 내년 상반기 전에는 어렵다는 것이 다수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세계적 재난인 코로나 사태가 끝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 때까지 마스크 착용 등 의료 지침을 지키며 견디는 것 말고 다른 수는 없는 것 같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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