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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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란 말 이제 그만 쓰세요

2020-07-27 (월) 윌리엄 시크 /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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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홈리스(Homeless)란 말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해서 오랜만에 만난 사촌동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캐나다에서 유학중이던 사촌동생은 “한국말로는…음…그냥 거지”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몇달 전 ‘미리엄스 키친’(Miriam’s Kitchen)이란 단체에서 집 없는 사람을 돕기 위한 문학 동아리가 있다는 인터넷에 광고를 보고 궁금해서 찾아가 참가했다. 상상했던 장면과 매우 달랐다. 동아리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평소에 보는 사람들과 같았다. 한 분은 현재 학교 대체교사였고, 또 다른 분은 과거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분이었다.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모두들 집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를 그 동아리에 맞아주었다.

개인사정에 대한 얘기는 서로 안하고, 누군가가 가지고 온 시집을 함께 읽고, 그 시집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지냈다. 그 후로 매주 가게 되었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사는 사람은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런 분들은 상태가 워낙 어려워서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드릴 수는 없다. 돈을 드려도 소용이 없다. 자본주의적 세계관이 나를 지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돈만 없다고 해서 거지라고 부르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신병자라고 해서, 중독자라고 해서,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것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남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한다. 돈은 못 드려도 집없는 사람을 인간 취급할 수는 있고, 공감은 할 수가 있다. 이러한 행동도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홈리스’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나의 긴 설명 끝에 동생이 이렇게 답했다.

“맞다 오빠, 집만 없다고 해서 거지라고 부를 수는 없다.”

<윌리엄 시크 /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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