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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일전선공작’이라고 하던가…

2020-07-27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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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가쁜 느낌이다. 전방위로 격화되고 있다고 할까. 그것도 아주 급속도로. 미국과 중국의 대립상황이.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그리고 특히 홍콩사태 이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 세계적인 반중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런던을 방문했다. 거의 같은 타이밍에 내려진 조치가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 폐쇄다. 중국도 맞불을 질렀다. 청두주재 미국총영사관 폐쇄를 요청한 것이다.

“그 나라(중국) 유학생은 다 스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찍이 한 말이다. 트럼프는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와 관련해 또 이런 말도 했다. “언제든 미국 내 다른 중국 총영사관도 폐쇄할 수 있다.”


뒤이어 나온 것이 미국무부의 경고다. 중국 내 미국 시민들은 인질외교의 희생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전자메시지를 보낸다. 그걸 트집 잡아 중국의 안보문제와 연결시켜 멋대로 구금할 수도 있다는 것.

근 1억에 달하는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입국 금지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게 얼마 전으로 미중대립은 공관폐쇄 조치와 함께 극한적 외교 충돌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의 타이밍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질문이다. 대선의 해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까 반중정서를 자극해 대선국면을 전환하려는 트럼프의 정치적 동기가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미중대립관계가 본격적 냉전 상황에 진입, 터닝 포인트를 맞고 있다는 정황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중국의 미국에 대한 불법적 첩보행위는 미국의 경제안보뿐만 아니라 국가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는 미국에 최대 장기적 위협이 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국장이 7월초 허드슨연구소에서 한 발언이다.

미국시민의 개인정보 탈취에서 미국 내 여론조작, 뇌물, 공갈 등을 통한 매우 정교하고 악의적인 대외 영향력 강화작전, 미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불법 행위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레이 FBI국장만이 아니다. 로버트 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그리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르기까지 미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잇달아 중국이 미국에 가하고 있는 위협과 위험, 그리고 도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은 해외에서의 선동선전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 내 중국어 언론은 거의 다 중국공산당이 조종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사회 전복을 포함한 악의적인 대외 영향력 강화작전도 펼치고 있다” 등등의.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있다. 인종폭동 와중에 백악관 근처 세인트존스 교회 방화사건이 난 날 찍힌 현장 영상이다. 자욱한 최루탄 연기 속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저우, 저우, 저우”하며 중국어로 지시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우’(走)는 ‘가다(go)’라는 뜻이다. 경찰이 출동했으니 달아나라는 의미다. 중국 유학생들이 지시를 받고 시위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주미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시위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도 SNS에 추가로 공개됐다.

최루탄 연기 속의 중국 유학생들. 그 뒤로 뭔가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어른어른 비쳐진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줄여서 통전)이 그것이다. 통전은 사회주의 혁명과정에서 공산당이 활용하는 주요 전략전술로 주적을 타도하기 위해 잠재적 타도대상(지식인, 종교인, 소수민족 등)도 포함한 사회제반세력과 연대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닌이 제시한 전술로 중국공산당은 소련의 해외 통일전선공작의 산물인 셈이다.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 중국몽을 제시하면서 강조한 것이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의 기능과 역할 확대강화다.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해외에서도 통일전선공작을 확장 적용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은밀히 강화, 해당국가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침식해왔다.

중국외교부와 산하 대사관과 영사관, 각종 해외의 중국국제우호 단체, 인민해방군 정치공작부, 해외유학생협회, 공자학원, 해외 중국 언론매체 등이 모두 통전의 해외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통전의 주 해외 타깃 국가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그 대상을 일본, 한국 등으로 확대해오고 있는 것으로 호주의 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최근 폭로했다.

전격적으로 내려진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조치- 이는 지적 재산권 절도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주요대학, 싱크 탱크, 영화계, 인권단체 심지어 언론사 등에 은밀히 침투해 암약하고 있는 중국공산당 해외 통전에 대한 선전포고로 들린다.

다른 말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을 타깃으로 사활을 건 대대적 첩보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ASPI가 폭로한 중국공산당의 해외 통전 공작내용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지 않을까. 한국은 미-중 안보경쟁에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 한국 내 중국유학생은 7만여명에, 75%가 중국공산당과 연관돼있다. 거기다가 스파이 공작 첨병으로 불리는 공자학원은 한국 내에 수십 개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조용하기만 하다. 시진핑의 중국과는 모든 것이 ‘해피’인양. 그러니….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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