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요 의학박사로서 사회적인 봉사 활동도 열심히 앞장선 지킬드 박사는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남성의 로망이었다. 문제는 이런 겉모습과는 반대로 남몰래 이중 생활을 살아온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킬드 박사는 자신 안에 있는 선과 악을 분리하여 선으로 악을 조절할 수 있는 실험에 착수한다. 묘한 약품을 만들어낸 지킬드 박사는 자신이 직접 실험 대상이 되었다. 이 비약을 마시자마자 금새 고상한 지킬드 박사는 사라지고, 비열한 모습의 완전히 다른 에드워드 하이드 씨라는 이름의 한 사람으로 급변했다.
낮에는 고상하고 존경받는 지킬드 박사로, 밤에는 온갖 추악한 악행을 저지르는 하이드 씨로 살면서 사회적 체면으로 억눌려 살아오던 스트레스를 분출해 낸다.
해독제를 삼키면 본래의 지킬드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점점 약물의 중독으로 해독제가 더 이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뜨리고 만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저지른 경찰 살인범이 된 지킬드는 더 이상 쫓길 수 없는 상황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스트븐슨의 지킬드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이라는 소설의 간단한 내용이다. 이 작품은 훗날 격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헐크’라는 작품을 파생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Dr. 지킬드와 Mr.하이드는 겉으로는 체면을 차리면서도 속으로는 욕정으로 가득했던 당시의 유럽 사회의 위선에 대한 고발장이기도 했다. 하나님 중심의 전통적인 낭만주의에서 권태를 느낀 서구인들이 서서히 새로운 사상으로의 탈출을 시도하던 시대였다.
인간 이성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적인 철학과 사고론들이 대두되고 있었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고함소리가 전통적인 권위와 질서들로 부터 탈출하도록 부추겼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지식욕을 채우려 했던 파우스트도 역시 동반자 역할을 했다고 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욕망과 행동을 통제할 책임을 갖고 있다. 스스로가 자신들을 잘 통제하게 될 때에 인간들은 안전한 사회를 이루고 모든 인간관계와 자신의 삶 속에서 순리를 이루며 화평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사회적 유명도를 누리는 인간이라고 해도 내면의 절제되지 않는 악을 추종해서는 인간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문제는 누구나 안고 있는 내면의 선과 악이라는 이중 인격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본능적인 욕구 충족을 안고 살아간다. 식욕이라는 본능을 통해서 육적인 생명의 연장을, 안정의 욕구를 통해서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성욕을 통해서 인간의 고독을 해결하고 후손들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이 본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인생 행복의 지름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적정선에 미치지 못하고 지나침으로 기대치 않는 비극을 만들어 낸다. 과식과 무절제를 통해서 육체적인 건강을 상하기도 한다. 특히 성적인 욕망은 예리한 칼날 같아서 잘 못 사용하면 커다란 상처와 비극을 겪게 된다.
그러나 선하게 사용하면 사회적으로 덕망을 받고 미래의 좋은 후손들을 이루며 존중받는 가문을 이루게 된다. 조물주는 이 기본적인 욕망을 통해서 인간의 흥망성쇄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욕이 불일듯 하면서 독신으로 사는 것보다는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했다.(고전7:9) 따라서 성경은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삼가해야 할 일도 충고하고 있다.
자신만의 우물에서 흡족하게 마시는 것이 젊음의 축복이라고 하면서 본인의 우물을 타인으로 하여금 마시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고 권하고 있다.(잠5;15-) 사회적인 인권 보호와 연약한 여성의 권익을 선도하고 보호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이중 인격과 성결한 삶을 관리하는 것이 Dr. 지킬드로 영원히 살아남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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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