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다 거주지를 다시 한국으로 옮기는 역이민 한인은 매년 2,000여명 정도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는 ‘수구초심’ 때문인지 특히 노년기에 들어선 한인들이 노후를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소셜시큐리티를 한국에서 받으면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거주 재외한인들의 편의를 위한 정책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역이민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주한인들의 역이민 추세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2000년대 초 한국으로 돌아가는 미주한인은 연간 수백 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덮친 후 그 숫자가 급속히 늘어난다. 2009년부터 점차 늘기 시작하더니 2011년 4,199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역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이민 카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민의 흐름에는 항상 ‘끌어들이는 요소’와 ‘밀어내는 요소’가 작동한다.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경제적 여파가 미국보다 덜했다. 당시 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를 보면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사람이 50%를 넘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미주한인들로 하여금 역이민을 생각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미국의 의료비와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안이다.
한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국민의료보험 시스템이 아니다. 개별 기업들이 제공하는 의료보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까닭에 실업자와 자영업자 등 의료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국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의료보험을 사려면 수입의 상당 부분을 지출해야 하고 치료에 따르는 본인 부담금도 크다. 두 나라 사이의 현격한 의료시스템의 차이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미국생활의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한국에 대해 부러움을 드러내는 미주한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치료비와 의료시스템 붕괴에 대한 두려움도 토로하고 있다. 동부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을 때 뉴욕의 한 한인 간호사는 온라인 매체 기고를 통해 “마치 호러 영화 촬영소 같다”고 자신이 일하는 병원의 참상을 전했다. 한 한인은 “미국은 확진자 수에 비해 사망자가 너무 많다. 의료시스템은 정말 한국이 최고“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런 인식은 한국 귀국과 관련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포기한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유학원이나 이민 전문업체들에는 해외 한인과 유학생들의 입국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일시 귀국과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영구귀국을 모색하는 한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역이민 안내 카페 회원 수도 급증, 현재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에 다른 나라들보다는 훨씬 체계적으로 대응해왔다. 미국보다 더 안전하고 만약의 경우에도 큰 의료비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미국은 밀어내는 요소가, 한국은 끌어들이는 요소가 보다 강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옮기는 역이민이 쉬운 결정일 수는 없다. 하지만 역이민을 놓고 고민하는 한인들이 늘어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의 깊이는 코로나19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