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시험은 ‘바’(bar)시험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중세 유럽에서 변호사들이 법정 안에 설치된 나무막대기(bar) 뒤에 서서 변론을 하던 전통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바시험은 매년 2월과 7월의 마지막 주 미국 전역에서 이틀에 걸쳐 치러진다.
루이지애나 주를 제외한 미국 모든 주는 영국의 ‘보통법’ 전통에 따라 200문항의 사지선다형 공통시험인 MBE(Multistate Bar Examination)와 객관식과 논술형 혼합형식인 해당 주법으로 나뉘어 바시험을 본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루이지애나 주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대륙법을 따르기 때문에 MBE를 보지 않는다.
시험에 합격 후 지금까지 일했던 곳의 고용주 추천서를 비롯 개인추천서, 범죄와 파산, 병무기록, 법적분쟁기록 등을 제출하고 마지막 관문으로 인성위원회(character and fitness committee)와의 인터뷰를 통과하면 비로소 3년과정 로스쿨의 종착역인 대망의 변호사 선서를 할 수 있게 된다.
연방국가인 미국의 특성상 각 주의 대법원에서 변호사 자격을 인허해주는 체계이다 보니 뉴욕 변호사는 뉴욕주에서만 활동할 수 있고, 다른 주에서 변호사를 하고 싶다면 이런 시험과정을 거쳐 해당 지역 자격증을 다시 따야 한다.
원래 법조계 특성이 현장에서 이미 벌어진 일을 법에 따라 잘잘못을 판단하고 뒷정리를 해주는 곳이다 보니 시대 변화에 한 발 늦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보면 코로나-19관련 소송은 1~2년 뒤쯤 그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사태 장기화로 당장 많은 지원자들이 한 곳에 모여 바시험 볼 여건이 여의치 않게 되자 법조계 관문이랄 수 있는 바시험 풍경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즉, 텍사스와 버지니아 주와 같이 7월 바시험을 예정대로 밀어 부치는 주가 있는가 하면 메사추세츠와 플로리다주는 인터넷으로 대체할 예정이고, 유타주에선 시험대신 올 해 말까지 360시간 이상의 견습경력을 쌓으면 변호사 자격을 주기로, 뉴욕주는 7월 시험을 9월로 미루면서 뉴욕주에 위치한 15개 로스쿨 졸업생에게 시험자격 우선권을 주기로 각각 결정했다.
이런 임시조치 대신 아예 무시험 통과시켜주기로 통 큰 결정을 한 곳도 있어 찬반논란이 뜨겁다. 워싱턴주는 7월 응시자 모두 무차별 통과시켜 주기로 했다. 이웃 오리건주는 오리건주립대를 비롯 윌라멧(Wil lamette University College of Law), 루이스 앤 클라크 로스쿨(Lewis and Clarke Law School)등 주 내 3개 로스쿨의 2020년 졸업생들과 타주 응시생 중 작년 일정기준 이상의 합격률을 보였던 로스쿨 출신 졸업생들에게는 시험 없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졸업장 특권’(diploma privilege)을 주기로 결정했다.
응시생과 로스쿨 관계자 등 수혜자들은 “그렇잖아도 코로나-19와중에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죽음으로 야기된 전국적 항의시위까지 겹쳐 열악한 면학환경에 처했던 올해 졸업생들에게 예년처럼 바시험을 고집하는 것은 특히 유색 소수인종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던 터라 무시험 결정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스컨신주는 이미 1870년부터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졸업장 특권을 허락하고 있는데 이들이 바시험 통과 변호사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증거가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에 반해 포틀랜드 유력 일간지 오리거니언(Oregonian)은 사설을 통해 작년 오리건 바시험 응시자 4명중 1명이 떨어졌으며 어떤 해에는 응시자의 42%가 통과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고 지적하고, 다른 주처럼 온라인 시험이나 일정을 연기하는 대안이 있음에도 졸업장 특권을 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로 결국 그 불이익은 클라이언트와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면서 무시험 변호사들은 클라이언트들에게 자신은 졸업장 특권으로 변호사가 되었다고 밝혀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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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