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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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기’

2020-07-13 (월)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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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자가 밭에 콩을 심었어요./ 손자는 땅에 구멍을 파고 콩 한 알을 넣고 묻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땅에 구멍을 파고 콩 세 알을 넣고 묻었습니다./ 손자는 이상해서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왜 아깝게 한 구멍에 세 알 씩이나 넣으세요?/ 할아버지는 여전히 땅에 구멍을 파고/ 콩 세 알을 넣으면서 말했습니다./ 한 알은 땅에서 사는 벌레가 먹고/ 한 알은 하늘에 나는 새가 먹고/ 마지막 한 알은 싹이 나서 우리가 먹는 것이란다.“ (이어령의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누군가.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위해서 살다가 죽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자기 밖에 모른다. 나만 잘 풀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바보가 되지 말라. 이어령의 시 “콩 심기”에 나오는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봉사의 삶을 살라.

비엔나의 에로이카 언덕은 베토벤이 즐겨 찾는 산책로다. 하루는 호젓한 숲길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들었다. 베토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외딴 오두막집 까지 따라왔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한 소녀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베토벤은 맹인 소녀를 세인트 미가엘 교회로 인도했다. 아름다운 교회 음악을 처음 접한 소녀는 기쁨으로 충만했다. 하루는 베토벤이 햇빛에 비치는 스테인드 유리창을 바라보며 소녀에게 말했다. ”햇빛에 비치는 스테인드 창문이 황홀하게 아름답구나.” 소녀는 말했다. “아름다운 스테인드 창문의 모습을 설명해 주세요.” 베토벤은 말했다. “사람의 말로는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길이 없구나.” 소녀는 안타까워 몸을 움추렸다.

베토벤은 소녀를 위해 저녁노을을 받아 빛나는 스테인드 유리창의 아름다움을 피아노곡으로 들려주기로 작정했다. 이때 작곡한 곡이 월광곡이다. 베토벤의 대작(大作) 중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쓴 것이 많다.
베토벤은 만년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하나님은 다른 어떤 것보다 나의 예술 속에서 가까이 있다. 나의 예술을 가지고 타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나의 최대의 행복이며 즐거움이었다.”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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