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봉쇄 풀렸지만 ‘재택 소비’ 여전… “술 사서 집으로”

2020-07-09 (목)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작게 크게

▶ 특파원 24시
식당·술집·호텔 기피 계속, 배달·집 수리용품 소비 증가

▶ 스포츠 용품 판매도 급증

미국에서 경제활동 재개 이후 소비자들의 스포츠 용품 구입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배달 음식이나 가구, 집 개조 물품 등의 소비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봉쇄가 풀려도 집안에 더 오래 머물면서 답답한 심경을 인근 공원 등에서 스포츠로 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월스트릿저널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소비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품목은 스포츠 용품이었다. 4~5월 경제 봉쇄 기간 스포츠 용품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6월부터 공원ㆍ해변이 재개장하면서 지출이 늘어 지난해 대비 40% 급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스포츠 용품 구매 증가가 경제 개방으로 사람들이 외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분야 매출을 살펴 보면 시민들은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듯하다.


음식배달의 경우 봉쇄 기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 했던 매출 추세가 계속 이어져 6월 하순에도 80%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식당은 개방 후 전년에 비해 매출 감소폭이 20% 정도로 줄긴 했으나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던 온라인 식료품 소비는 지난달 45%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는데, 이는 시민들이 집안에서 음식을 해먹는 데 싫증이 났기 때문이라고 WSJ는 해석했다.

이 밖에도 집 개조 물품은 6월 들어서도 전년 대비 40%의 증가세를 보였고, 가구 소비도 29% 늘어 사람들이 집안 곳곳을 정비하는 데 꾸준히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주정부 차원에서 술집들도 속속 문을 열었으나 주류 판매점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0%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술집을 찾는 대신 술을 사서 집에서 먹는 소비자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온라인 주류 판매점 드리즐리가 지난달 성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언제 술집이나 식당에 다시 갈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당장은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31.3%로 가장 많았고 “백신이 개발될 때”라는 응답도 12.9%나 됐다. 6월 들어 그간 꽉 막혔던 여행 소비가 늘긴 했으나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이나 항공도 전년 대비 50%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6월을 기점으로 확연한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에도 스포츠 용품 매출만 증가해 수혜를 본 반면 미국민의 소비 패턴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계속 영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문은 “시민들이 물건을 다시 사고 있으나 소비 양상은 지속되는 보건 위험에 대한 광범위한 두려움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