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퉁퉁한 날의 불면
2020-06-18 (목)
김문성 / 시인·애틀랜타
블라인드를 여는 하루가
창문을 꾸깃거린다
판에 박힌 나무와 이파리의 모두는
눈대중으로 가로와 세로가 어림하는
딱 그만큼 6피트의 얼개
밤새 숙성했다는 불면의 음모이려나
안과 밖이 마주 보는
시간은 아침을 의심하는 버릇이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그늘에도
꾸역꾸역 목젖으로 얼버무리는
밥때, 또 먹어야 하나
식후 커피 한잔도 무기력하다
바람은 닫힌 창틈에 팽팽하고
짜증이 익숙한 한숨소리에도
멋모르는 기다림은 희망인가
푸르퉁퉁한 날 6피트 깊숙히
구겨진 넋
테두리 안에 짓물렀다
하마터면 분노 같은
<김문성 / 시인·애틀랜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