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미국을 강타한지 3개월만에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미국 경제가 점차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LA 한인타운으로 비롯한 남가주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열었고 미국 코로나 사태의 진앙지인 뉴욕도 단계적으로 비즈니스 폐쇄를 풀고 있다.
이와 함께 22개주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확진자 증가 중 일부는 검사가 늘어나면서 생긴 자연적 현상이고 확진자 수 증가보다 중요한 것은 전파율과 사망률인데 이것이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경제는 올 후반기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며 예상대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백신이 나온다면 내년 중반까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을 기록한 경기 침체도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의 수혜자로 지목된 하이텍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나스닥이 지난 주 1만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코로나의 2차 확산이다. 올 가을 코로나가 일부 우려대로 재발한다면 모든 예측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지금으로서는 2차 확산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동아시아, 특히 일본의 사례는 비즈니스를 정상화하고도 이를 막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은 코로나의 위험성이 알려진 후에도 직장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세계 보건 당국의 우려를 자아냈다. 일본 같이 인구가 밀집한 곳에서 발 빠른 선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감염과 사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었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떤가. 6월 현재 일본의 확진자는 1만7,000명, 사망자는 900명에 불과하다. 일본보다 인구가 2배 반 정도 많은 미국은 확진자 200만, 사망자는 11만이 넘는다. 인구 비율을 감안해도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미국의 1/40 수준이다. 미국이 초기 직장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그러지 않았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마스크의 일상화에서 찾는다. 많은 미국인이 마스크 사용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돼있다. 이에는 그동안 SARS와 MERS 등 사태를 겪으며 마스크의 효능이 입증된 탓이 크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을 비롯 한국,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권이 대체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성공한 것이 마스크 상용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경우 기침이나 말을 할 때 튀어나오는 비말을 통해 전염되는데 마스크를 하면 이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하고 거리두기를 할 경우 전파율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개월간 밝혀진 코로나 바이러스 특징의 하나는 이것이 노년층과 기저질환자에 특히 악성이란 점이다. 코로나로 죽은 사람의 80%가 65세 이상이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80세다. 유럽 10개국의 경우는 65세 이하로 이 병에 걸려 죽은 사람은 5에서 10% 수준이다. 다시 말해 65세 이하의 경우 이 병에 죽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스탠포드 의대 교수인 존 아이오니디스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하인 사람이 이 병에 걸려 죽을 확률은 직장에 출근하다 교통사고가 날 가능성과 거의 같다고 한다. 가주와 플로리다의 경우 하루 16마일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이나 코로나에 걸려 죽을 가능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고령자일수록 더 위험하다. 공평 기회 연구 재단에 따르면 85세 이상자는 코로나 사망률이 65세 미만자의 16.8배에 달한다. 미국 30개 주에서 코로나 사망자의 50% 이상이 노인 요양소에서 발생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일본의 사례는 직장을 폐쇄하지 않고도 재확산을 막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밖에 나올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하고 둘째, 노인 요양소 등 노인들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생명을 지키면서 경제를 정상화하는 것은 결국 미국인 각자의 책임 있는 행동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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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