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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이 각광을 받는 배경은…

2020-06-1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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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G-5로 시작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이 그 원년 멤버들이다. 이후 캐나다와 이탈리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G-7으로 불렸다. 한 때 러시아가 추가로 가맹해 G-8으로 불렸으나 잇단 불법 침략행위로 퇴출돼 다시 G-7이 됐다.

세계 주요 7개국으로 불리는 이 나라들은 모두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친미국가들이다. 그러니까 ‘서방,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날로 복잡해져가는 국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일곱 나라 모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제기된 게 G-7을 G-11으로 늘리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제안이다. 기존의 7개국에 새로 대한민국, 인도, 호주, 그리고 러시아를 가맹시키자는 것.


G-11안은 그냥 제안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푸틴의 러시아를 어떻게 서방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이의가 제기되면서다. 그러자 그 대안으로 제안된 게 D-10안이다. 기존의 G-7 멤버에다가 대한민국, 인도, 호주를 가입시켜 이 ‘세계의 주요 민주주의 10개국’이 한 덩어리가 되어 국제문제에 대처해 나가자는 안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의 제안으로 내년 초 런던에서 최초의 주요 민주주의 10개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D-10 결성 안은 벌써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D-10안은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G-7은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때문에 그 대안으로 G-20가 창설됐으나 체제와 가치관이 다른 나라들이 모이다보니 되는 일이 없다. 그래서 회원국을 같은 가치관을 추구하는 주요 10개 민주국가로 제한한 D-10 안이 그동안 싱크 탱크 일각에서 제기되어 왔던 것.

그러면 무엇이 D-10안을 이 같이 실행계획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나. 역설적이게도 중국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숨어서 힘을 기른다는 뜻)는 버려라. 이제는 중국의 힘을 밖으로 드러내는 거다’- 시진핑이 중화민족부흥이란 중국을 내걸고 취해온 외교노선이다.

그 중국공산당의 행보가 그렇다. 자신감이 지나쳐 요즘에는 일방적 폭주에 가깝다. 남중국해가 자신의 내해가 된 양 제멋대로 행동한다. 대만해협에서, 동중국해, 홍콩, 멀리 인도와의 국경지역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왜 중국은 사방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나. 코로나 19위기를 맞아 서방국가들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다가 미국에서는 인종폭동이 발생했다. 물실호기(勿失好機). 도발에, 불장난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뭔가 내밀한 교감이 오간 것인가. 러시아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이란도 꿈틀댄다. 그리고 김정은의 북한도 거들고 나섰다. 문재인정부에 대해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능멸의 수사를 퍼부으면서 또 다시 핵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서방세계가 한 눈을 파는 사이 폭주하고 있는 중국. 이는 동아시아 발의 새로운 세계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이다.

왜 시진핑의 중국은 광란의 폭주에, 폭주를 거듭하고 있을까. 베이징 특유의 오만과 편집광에 가까운 강박증세가 그 원인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2017년 11월 중국의 자금성을 방문했을 때 중국지도자들로부터 받은 인상은 그들이 턱없어 보이는 야망에 들떠있다는 것이었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H. R. 맥마스터의 회고다.

인터넷 공간마다 넘쳐나는 것은 ‘이제 대세는 중국이다’라는 식의 내러티브다. ‘중국을 모욕하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멸절시킨다’는 슬로건의 중국판 람보 ‘늑대전사 2’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호전적인 중화민족주의 매트릭스에 갇혔다고 할까. 그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런데다가 중국 정부 지도자들은 고립돼있다는 일종의 강박관념(siege mentality) 증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이지 베이징은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다. 경제는 엉망이다. 무역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19 위기가 덮쳤다. 그리고 그 책임규명과 관련해 전 세계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거기다가 1년여를 끌어온 홍콩민주화 시위사태, 차이잉원 총통의 압승으로 끝난 대만선거.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내우외환을 베이징은 음모론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거다.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을 통한 일국양제 보장 일방파기가 그것으로 다음 차례는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를 다시 D-10 안으로 돌리자. 왜 그러면 그 안은 갑자기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일까. 제2의 냉전은 이미 시작됐고 전선은 전 방위로 속속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방세계의 동맹 라인업도 그 윤곽이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5G 분야에서 화웨이 저지에 미온적이던 영국이 민주국가 동맹을 주도하고 나섰다. 그리고 화웨이 저지에도 적극이다, 무엇을 말하나. 코로나 19이후 세계의 안보기상도는 자유냐, 공산전체주의냐, 문명이냐, 야만이냐의 선택을 강요받는 분위기로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선택은 어느 방향일까. 자유세계겠지. D-10일원으로 거론되고 있으니까 당연히.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러나 어둡기만 하다. 세계 최악의 독재자 남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고발하고 있다니….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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