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Covid-19 바이러스 발생의 진원지인 중국이 발병 초기에 그 위험성을 사실대로 신속하게 밝히지 않아 병원균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 발원지가 우한시의 야생동물 판매 시장이 아니고 중국정부의 바이러스 연구실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펴고 있다.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되자 곳곳에서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만난 동양인에게 칭크(Chink-뙤놈), 구크(Gook-황인종) 등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침을 뱉거나 화공약품을 뿌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폭력을 휘둘러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편견과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정부는 대륙횡단 철도 건설을 위하여 중국으로부터 많은 노동자들을 들여왔다. 오늘날 미국에 깔려있는 대륙횡단철도의 대부분은 박봉에 중노동도 마다 않고 열심히 일 한 중국인들의 손에 의해 건설된 것이다. 철도공사가 끝나고도 많은 중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눌러앉자 1882년 미국의회는 중국인 이민금지법을 통과시켰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계 미국인들은 직장에서 해고되었고 일본인 상점과 주택은 돌팔매질을 당하였다. 1942년 미국정부는 백악관 행정명령 9066호를 발동하여 일본계 미국인 12만명을 미국 각지에 급조된 일본인 수용소로 강제 이주시켰다.
1982년 오일쇼크 이후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연료 효율이 훨씬 좋고 내구성이 강한 일본차에게 시장을 빼앗기자 미국 내에서는 반일감정이 고조되었다.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이 일본차를 도끼로 때려 부수며 시위를 하는가 하면 결혼을 일주일 앞둔 중국계 청년이 일본인으로 오인되어 백인들이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맞아 살해되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1992년 4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흑인폭동 역시 인종간의 편견과 갈등이 불러온 비극이었다.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은 전체 미국 인구의 약 5%를 점하고 있으며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으로 미국사회에서 모범적인 소수(Model Minority)로 인정받고 있다. 이민 1세들의 땀과 희생을 바탕으로 1.5세와 2세들의 상당수가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에 진출하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미국에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당당한 미국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지키려면 경제력이나 사회적인 신분상승 못지않게 정치력의 신장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2세, 3세들을 미국사회의 지도자로 키워내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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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