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처럼 번져나는 설움
2020-05-23 (토)
최청원 내과의사
철저히 격리된 코로나 환자 병동을 지나간다. 창문을 통해 침상위에 마스크를 쓴 채 누워있는 환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에서 석양처럼 번져나는 설움을 읽으면서 연민의 감정이 인다.
영원할 줄 알았던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도 세월 속에 희석되고 심산유곡의 노년으로 접어들었다. 지병과 면역성의 감소, 결핍으로 인한 양로병원 생활 중 코로나라는 미생물에 노출되어 이웃의 손길은 물론 눈길도 피하는 격리상태에 놓였다. 외로움의 경지를 넘어 고독이 가슴속에 스미었을 것이다. 사람과의 허용된 접촉이란 짧은 시간 창밖에서 손을 흔들고 떠나는 친지 가족의 아쉬운 뒷모습과 가끔 방에 들어오는 외계인처럼 중무장한 간호사의 손길이 전부다.
병실 흰 벽만을 마주하며 그간 살아온 삶을 다시 되새겨 생각해보는 많은 시간 속에 창밖의 노을빛은 쓸쓸함을 더해준다. 일부 젊은 층에서 ‘스테이 홈’ 행정명령을 해제하라고 데모, 아니 아우성이다. 그들은 걸려도 면역성이 강해 피해가 적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무지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노약자에게 전염으로 생명의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있고 입힌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젊음의 아름다움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노력의 예술작품이라고 한다.
노년에 투쟁하여 획득할 수 있는 건강 및 면역증진의 길도 있다. 끊임없는 운동으로 면역 대식세포의 기능항진을 가질 수 있다. 모진 기후, 폭풍을 견디고 황토흙 따가운 태양 아래서도 늠름하게 성장하는 싱그러운 식물들을 보라. 그들은 우리 인간에게 많은 영양소뿐만 아니라 항산화제와 면역성 강화요소를 제공해준다. 노년일수록 더욱 많이 섭취하면 건강과 면역성을 항진시킬 수 있다.
나뭇가지는 폭풍에 부러질 수 있어도 거미줄은 태풍에도 끄떡없이 잘 견딘다는 말도 있다. 석양처럼 번져나는 설움이 아니라 저녁노을이 온 하늘을 아름답게 채워버린 휘황찬란한 빛줄기가 되듯이 병상에서, 가택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마음의 끈을 놓지 않고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노력 속에 고통을 극복한 평온과 평안이 조속히 오기를 기도하며 병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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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청원 내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