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부당한 뉴스
2020-05-20 (수)
허경 / UC버클리 학생
끝이 보일 것 같던 한국이 요즘 다시 이태원클럽 발 코로나19로 시끌시끌하다. 방심하면 안된다고 생각은 해왔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신규 확진자 0명’의 평화가 깨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며 가장 힘이 빠지는 것은 어김없이 강조되는 ‘게이’클럽에 대한 비판이다. 물론 단지 아웃팅(성소수자란 걸 강제로 폭로하는 행위)이 무서워서 진료를 피하고 거부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것이다. 이미 클럽에 갔다는 것 자체가 감염의 위험과 동선 공개를 각오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모든 성소수자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혐오와 비판이 나는 너무 불편하다. 많은 일반 클럽이 계속 운영을 지속해왔고 그중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의 워딩이 자극적으로 ‘게이’ 클럽에 집중된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 시국에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의 미성숙함이 아닌 성소수자들의 정체성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학교 중 하나인 UC버클리에서 공부하며 생활하는데 익숙해진 내가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괴리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다. 어렸을 때부터 다녀온 교회에서 설교 내내 혐오를 선동하거나 정치인들은 공식석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소수자들을 비하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많은 아시안들이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고 우리는 함께 분노했다. 성소수자를 향한 비난도 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 팬데믹은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일반화의 기회가 아니다. 지금은 ‘모든 성소수자는 이 시국에 클럽을 갈 만큼 문란하다’와 같은 부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뉴스와 사람들에 가장 유의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허경 / UC버클리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