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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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서비스 비교

2020-05-13 (수) 김효선 칼스테이트LA 특수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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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유럽에 있는 한인단체로부터 강의를 부탁받았다. 점점 더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내가 망설이자 유럽의 장애인 복지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설명을 하며 설득을 하는 바람에 결국 가기로 했었다. 덕분에 한국, 미국, 유럽 국가들의 항공사 서비스와 공항이용을 비교를 할 기회가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장애인 먼저(People First)”라는 슬로건 아래 여행을 돕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y Act)이 통과된 1990년 초창기에는 비어있는 일등석 자리로 장애인을 옮겨주기도 했다. 지금은 적립 포인트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하고 이코노미 석에서도 조금 넓은 자리를 높은 요금으로 판매하면서 장애인도 평준화되어 본인이 지불한 좌석에 앉게 되었다.

그래도 “장애인 먼저” 탑승이 되고 도움이 필요하면 휠체어로 탑승구까지 데려다준다.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면 “장애인 마지막”으로 모든 승객이 내린 후 마지막에 나오면 휠체어를 가진 도우미가 기다린다. 짐 찾는 곳에는 짐 담당 도우미가 따라붙어 두명이 된다. 문제는 팁이다. 두명의 도우미가 붙으니 팁도 두배가 된다. 장애인이 돈이 없으면 여행도 쉽지 않다.


한국은 어떨까 은근 걱정을 하다가도 한반도가 눈에 들어오면 반갑고 설레는 맘으로 변한다. 당연히 마지막에 내리려고 미적대고 있는 나에게 먼저 내리란다. 깜짝 놀라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면 어쩌냐고 하자 “장애인 먼저”이기 때문에 탈 때도 먼저, 내릴 때도 먼저라는 것이었다.

목에 사원증을 단 비행사 직원이 나와 뛰듯이 휠체어를 밀어 뒤에 내린 승객들이 보이지도 않았다. 짐을 찾아 다리 사이에 싣고 또 달려 택시장까지 모두 팁이 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진짜 빠르다. 오히려 시간이 걸릴 걸 고려해 느긋이 마중 나올 가족을 내가 기다려야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공항대합실 앞에 있는 발렛 파킹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공항 앞까지 와서 자동차에서 내려 키를 맡기고 발렛 티겟을 받고 들어가면 된다. 며칠이고 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는 비행기가 착륙해서 터미널로 가는 동안 전화를 켜서 발렛 된 차량을 가져다달라고 하는 시스템이다. 조금의 지체함이 없이 비행기에 내려 밖에 나오면 내 차가 이미 기다리고 있으니 소위 말하는 매끄러운(Seamless) 서비스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휠체어를 탄 공항직원이었다. 멋있어 보여 같이 사진도 찍었다. 유럽도 탑승은 먼저, 내리는 것은 마지막으로 미국과 비슷했다. 공항직원인 듯 유니폼을 입은 두명이 다가와 친절히 불편한 것이 없는지 꼼꼼히 물었다. 필요 없는 질문세례에 좀 언짢은 감이 있었지만 “장애인 먼저”라고 새겨진 넥타이를 보니 진짜 장애인을 배려하려는 유럽의 마음이 느껴졌다.

두명이 나와 질문을 하는 것은 스페인도 프랑스도 독일도 비슷한 것을 보니 유럽연합의 결정인 듯하다. 질문에 정신이 팔렸는지 무슨 서비스를 받았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아마 내렸을 때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고 내가 스스로 짐을 찾아 나온 것 같다.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선택은 할 수가 없다. 다만 전 세계가(아! 아직 안 가본 나라들이 많은데) 장애인을 배려해 장애를 가지고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한국인이라 “빨리빨리”가 핏속에 흐르는지 한국 공항에서의 서비스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김효선 칼스테이트LA 특수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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