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융자 조정신청 급증, 부실자산 비율 껑충…신용대출 동결 고려도
한인은행들의 코로나19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유동성(liquidity)이란 고객이 현금을 찾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지불준비금과 건전한 비즈니스에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현금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은행이 건전하다는 것은 이같이 유동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가늠될 수 있어 감독 당국도 은행의 현금 유동성을 집중적으로 살피게 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즈니스들이 대거 영업을 중단하면서 예금이 급감하고 부동산 및 상업용 대출 페이먼트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서 은행의 현금 유동성이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같은 유동성 위기는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한인은행뿐만 아니라 주류은행들도 같은 상황에 빠지고 있다.
실제로 한인은행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개인 고객들의 융자 조정(loan modification) 신청이 급증했다.
뱅크 오브 호프는 상업용 부동산, 기업대출(C&I)과 모기지 대출, 크레딧카드 등에 대한 융자조정이나 페이먼트 유예 요청 규모가 수십억달러 규모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미은행은 올 1분기에만 약 14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융자 조정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체 대출의 16%에 달하는 규모다. 퍼시픽 시티 뱅크와 오픈 뱅크의 융자 조정 신청 규모도 각각 1분기에만 3억4,700만달러와 2억1,800만달러 규모에 달했다.
융자 조정이나 페이먼트 유예는 이자수익 감소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미 서부지역에서 영업하는 8개 한인은행들의 1분기 순익은 4,38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반토막(46.9%) 났다. 미래 손실에 대비해 은행 마다 대손충당금을 대폭 쌓으면서 순익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한인은행이 최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부동산 또는 상업용 대출에 보장됐던 라인 오브 크레딧(Line of Credit·신용대출)을 동결하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어 유동성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라인 오브 크레딧이 동결될 경우 비즈니스에 대한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막히는 것으로 비즈니스는 자금난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대출이 부실화되고 파산이 증가하게 될 경우 은행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은행 건전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에서도 이번 사태로 부실대출과 비즈니스 파산이 사상 최고치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는 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우려한 고객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 구입했던 미 국채와 금까지 팔아치우고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관계자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업뿐만아니라 이제는 금융위기 지원단계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한인은행의 부실자산 비율도 올 1분기를 기점으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여신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뱅크 오브 호프의 총 자산 대비 부실자산 비율은 2019년 4분기의 0.99%에서 올 1분기에는 1.13%로 한 분기 만에 0.14%포인트나 상승했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발생한 4,000만달러의 부실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이미 쌓으면서 동 기간 1.15%에서 0.93%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1%에 육박하고 있다. 올 1분기 현재 CBB 은행이 0.60%, 퍼시픽 시티 뱅크는 0.25%, US 메트로 은행 0.16%, 오픈뱅크 0.13%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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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