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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혹시 당신도 당하고 있는지

2020-05-05 (화) 노윤정 미술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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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상대방이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나 자신을 스스로 믿지 못하고 의심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내 판단력이 흐려지게 만들고 상대방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당하게 만드는 감정적 학대를 의미한다.

‘가스등’이라는 1944년 영화와 1983년 연극에서 유래했다. 일부러 등을 어둡게 켜놓고는 아내가 “왜 이렇게 어두운 것 같지?”라고 물어보니 “네가 이상하게 예민한 거야”라고 꾸짖는 남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이 됐다. 모든 걸 아내의 실수와 탓으로 돌리며 남편이 모든 상황을 조종(Manipulative behavior)하려는 모습이 포인트이다.

가스라이팅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마음 속 ‘어린아이’를 해결하지 못한 자존감 낮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또는 자격지심이 많은 상사가 부하직원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한다. 작년 연말에 나온 영화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그리고 최근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등장했던 가스라이팅은 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민현서의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는 마치 그것이 타당한 듯 이야기한다. “네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내가 때리는 거야.” 드라마에서는 워낙 그의 육체적 폭력이 강조돼 언어폭력이 잘 부각되지 않았지만, 여기서 따라오는 이 한 마디가 바로 상대방의 정신건강을 위태롭게 만드는 감정-정서폭력이다.

혹시 누군가가 당신에게 ‘항상’ 뒤집어씌우는 방식의 언어를 구사하는가? 당신의 인격 혹은 겉모습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비하하는 등 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언어를 ‘끊임없이’ 내뱉는가? 말다툼 중 제 멋대로 대화를 끊고 갑자기 화제를 바꾸는가? 생각의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당신의 답은 계속 틀렸다고 말하는가?

이것은 심리학 용어로는 ‘후려치기(Devaluation)’라고도 한다. “네가 그러니까 내가 이러는 거야.”라며 몰아가고, 모든 것을 상대방을 탓으로 돌리는 수법이다. 그리고는 “넌 왜 이것밖에 안돼?” 등의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말투와 비난조를 입에 달고 산다. 심한 욕을 하지 않고서도 교묘하게 사람을 반복적으로 깎아내리는 그 수법에, 피해자들은 초반에 자신이 당하고 있는 것이 언어폭력이라는 것을 보통 인지하지 못한다.

내면 깊이 자리 잡은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에서 시작되는 가스라이팅. 남을 깎아내리고 권력(Control)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우월감으로 자신의 비어있는 자존감을 채우려는 그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받은 상처나 결핍을 자라나는 과정에서 건강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띄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들은 약물치료를 동반한 오랜 기간의 심리치료를 통해 자기성찰과 자기수용의 과정 속 쓴 뿌리를 잘라내려는 본인의 의지로 조금씩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 결핍된 부모의 사랑을 재양육(Reparenting)하는 심리치료 과정이 필요하다.

가스라이터들의 희생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뉠 수 있다. 한 부류는 어렸을 적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 “절대 이런 사람은 싫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부모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상대방의 폭력성을 견뎌내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다.

다른 부류는, 공감능력이 과도하게 뛰어난 초민감자들인 경우를 본다. 영화 속 잔인한 장면들을 보고 그 상황 안에 있는 사람인 양 같이 괴로워하는 이들은 공감력이 높아 가스라이터들의 아픔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해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는 단어, 가스라이팅. 모두가 감정, 정서폭력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 ‘보이지 않는 폭력’을 잘 구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 생각난다면, 분별력 있게 잘 생각해보기를. 파트너의 자존감을 끊임없이 갉아먹고 감정쓰레기통 취급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하는 것이 괜찮을지, 자신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말이다.

<노윤정 미술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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