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환란속의 인내와 확신

2020-05-02 (토) 최청원 내과의사
크게 작게
가택주거 제한의 행정명령이 연장되었다. 코로나 사태의 환란이 계속되고 있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다.

환란의 어원은 추수한 곡식을 탈곡하는 과정에서 곡식이 탈곡기에 들어가서 껍질이 깎이는 고통의 시간을 말한다. 그러나 이를 거치면서 알곡과 쭉정이로 분류되어 쭉정이는 바람과 흔드는 키질 속에 날아가 버리거나 아궁이로 들어가고 알곡만이 귀중한 식량의 보고로 남는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환란의 시간이 쭉정이가 날아가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싶다. 인류가 지구상의 극히 작은 바이러스에 어쩔 줄 모르고 혼란 속에 신음하고 있다. 또한 지구도 우리 인류로부터 자연이 파괴당함으로써 신음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이 준 식물, 과일의 섭취를 등한하고, 그들의 생존터는 파괴되고 손쉽게 만든 인공음식들로 혓바닥을 즐겁게 하다보니 바이러스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 면역성의 약화를 갖게 되었다. 또 이웃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쪼그라들다보니 일부에서는 가택제한을 제거해달라고 거리에 나와 마스크도 안 쓰고 사회적 거리도 무시하고 데모를 한다. 이웃에 해를 줄 수 있는 행위다.

물론 돈, 경제 정말 중요하다. 누군가 말했다. 돈은 휴대용 행복이라고. 그러나 주어진 생명과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불멸의 진정한 행복이다. 우리 주변 특히 병원 중환자실에서 매일 열두 시간씩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옆에서 분비물들이 튀는 생명의 전쟁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간호사, 그리고 보조원들(의사들은 이들보다 훨씬 위험이 적다)의 땀방울을 본다면 가두데모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의료인들은 진정으로 이웃을 배려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중국 우한, 지구 한 구석에서 일어난 환난이 아프리카까지 가는 세상,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말은 묻어버리고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개념과 ‘우리’라는 개념을 꼭 붙들고 이웃을 배려하고 서로 도운다면 이 환난의 시간이 쭉정이들이 다 날아가 버리는 감사의 시간이 되고 인내로 버티어 가다보면 지난날의 아름다운, 알곡이 가득 찬 생활을 되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도 생기지 않았나?

아픈 환자들에게 임상에서 평소에 해주던 말 “인내를 잃지 않고 용감히 투병하면서 회복의 확신을 마음속에서 다짐하다보면 병마는 떠나가게 된다”는 충고가 이 환란의 시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해본다.

<최청원 내과의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