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여러분, 지금 우리는 COVID-19로 인한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생경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며 때로는 당혹감과 불안감이, 때로는 좌절감과 무기력함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고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왔던 모든 것들이 와해되는 아픔과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악의 고비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확진자와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고 언제 끝이 날지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우리 한인사회도 유례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어 총영사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더욱이 COVID-19가 진정되더라도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르고, 어쩌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조차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우리는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피 속에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수많은 역경과 난관을 이겨낸 한민족의 DNA가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사태 극복의 모범적 사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한인사회도 그 어떤 도전과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또 반드시 극복해 내리라 믿습니다. 현재 우리 한인사회가 직면한 도전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COVID-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어 한계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문제이고, 두 번째는 COVID-19가 남길, 어쩌면 장기적으로 지속 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연방정부와 주/시정부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조치가 발표되고 있지만,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적지 않은 수의 취약계층이 있어 이분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한인회와 동포언론, 종교계를 비롯한 비영리단체와 기관, 기업, 그리고 독지가 여러분들이 뜻과 힘을 합쳐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마스크를 포함한 생필품 제공, 생활비 지원 및 의료 상담 등 다양한 형태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다른 소수민족 공동체와 COVID-19 퇴치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역사회의 병원과 경찰에 대해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미덕인 이웃사랑과 상부상조의 전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마음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필요한 지원이 계속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취약계층 지원에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한편,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후유증 극복은 보다 중장기적이고 심층적인 대책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특히, 경제활동 중단의 장기화가 초래할 각종 사회문제 및 불안요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우리 한인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중지를 모아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가정문제와 취약계층의 증가, 소상공인의 연쇄도산과 동포경제의 위축, 혐오범죄와 인종차별, 나아가 사회 변동과 같은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한인회를 중심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의 후유증 극복을 위한 방안과 대책이 선제적으로 논의되고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한인사회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 우리 민족의 단결력과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고, 나아가 미 주류사회와 여타 소수민족 공동체에 대해서도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와 열린 마음을 보여줌으로써 이번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한편, 존경받는 소수민족 공동체로서 미국사회에 뿌리내리길 기원합니다. 총영사관에서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동포 여러분, 힘내세요. 총영사관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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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삼/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