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은 전염성이 가장 높은 질환 중 하나다. 감염자 한 사람이 평균 12명에서 18명까지 전염시킨다고 한다. 몇 년전 홍역 환자 한 사람이 다녀갔을 때 디즈니랜드에 비상이 걸렸던 이유다. 소두증 신생아 출산 위험 등이 있는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는 3명에서 6.6명까지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인터넷 매체 박스(Vox)에 따르면 계절성 독감인 플루는 한 사람이 평균 1.3명, 코비드-19는 2~2.5명 정도를 감염시킨다고 한다. 이 둘은 전염성이 홍역은 물론, 지카보다 훨씬 낮고, 둘 사이에 큰 차가 나는 것 같지 않게 보인다. 증상도 비슷한 것이 많은데다, 심하면 폐렴으로 발전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두 질환을 좀 더 들여다보면 비교 대상이 아니다. 플루는 1.3명, 코로나바이러스는 2명에게만 전파된다고 쳤을 때 10단계만 내려가면 독감 환자는 56명, 코비드-19 감염자는 2,047명이 된다. 다단계 판매의 사다리가 되는 것이다.
독감은 감염 후 이틀 안에 증상이 나타나 수건을 따로 쓰는 등 식구들이 옮지 않게 조심하게 된다. 반면 알려진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후 닷새 후나 돼야 증상이 나타나고 최대 2주 정도까지 모를 때도 있다. 문제는 이 무증상 시기에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것이다.
독감 예방접종이 강조되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으면 항체가 형성돼 자신을 보호할 뿐 아니라 자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는 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의 확산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다. 독감시즌 때마다 예방접종이 강조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코비드-19는 신상품이어서 백신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옮길 수 있으나 감염 경로에 차단물이 전혀 없다. 독감과 코비드-19는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한 때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일부에서는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으려 했다. 집단의 일정 비율 이상이 오히려 바이러스에 노출돼 항체를 형성함으로써 집단 면역력을 갖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 집단이 차단벽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전략은 실패했다.
전복은 번식하려면 암수가 일정 거리 이내 있어야 한다. 산란기가 되면 전복 수컷은 정자를 방사하는데 최대 사거리가 8피트. 암컷이 이 거리를 벗어난 곳에 있으면 번식이 불가능하다.
전복 채취 시즌이 되면 남가주 한인들도 많이 올라가던 북가주의 멘도시노 등 캘리포니아의 전복 채취가 3년째 전면 금지되고 있는 것은 남획으로 정충의 사거리 안에 있는 암수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비드-19를 잡는 방법은 역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숙주가 없으면 자체 복제가 불가능한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인 인간에게 닿을 수 없다면 번식이 불가능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일한 대책으로 도입된 이유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계속되자 피로감이 커지고 경제는 파탄이 나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총까지 들고 나왔다고 한다. 총으로 바이러스를 잡을 것인가.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미물이 생명의 활력이 넘치는 장대한 것들을 거꾸러뜨리고, 거대 문명을 뒤흔들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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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