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살고 있다. 처음 몇 주는 생소한 COVID-19 충격에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뉴스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외부활동이 멈춘 단조로움도, 천천히 흐르는 시간도, 단순한 일상도 꽤 적응된 듯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거의 꺾인 중국에서 이혼율이 급증한다는 씁쓸한 소식을 들으며 ‘좁은 공간에 식구들이 붙어 지내면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직장이나 모임 등 외부로 방출하던 부정적인 에너지가 짜증과 화로 가까운 가족들에게 쏟아져서 싸움이나 다툼으로 번지기 쉽다.
옛말에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는데 순간 끓어오르는 화를 못 참아 실수를 해본 사람이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마음에 스트레스가 꽉 차면 평소에 참아지던 것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짜증이 밀려와 괜히 트집을 잡거나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밖에서는 애써 잘 참았는데 집에 와서 결국 가까운 배우자나 자녀에게 스트레스와 화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면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더니, 스트레스란 녀석도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안전하다 느끼는 곳에서 다 튀어나오네’라는 생각이 든다.
적지 않은 내담자들이 “계속 참았는데 이제 더 이상 참아지지가 않아요”라고 한다. 처음에는 충돌을 피하는 최선의 길이 참는 거라 생각해서 억울하고 화가 나도 참았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참아지지 않고 작은 건드림에도 감정이 수소폭탄처럼 폭발하거나, 때론 계속적인 체념과 포기로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무한대로 참을 수 있는게 아니고 스트레스가 목까지 꽉 차면 엉뚱한 곳에서 원치 않는 방법으로 폭발하기에, 상담을 할수록 ‘아! 마음에도 용량이 있구나’라고 깨닫는다.
“나만의 스트레스 분출법이 있나요?”라고 내담자에게 물으면 의외로 많은 이들이 선뜻 대답을 못하며 “참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은 잘 모르겠는데…”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한 방법으로 마음의 용량을 넓히며 내공을 쌓을 수 있을까?
첫째는 스트레스의 원천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 중에 스스로 자초한 스트레스가 있다면 그것을 줄이거나 피할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는다. 가끔 너무 많은 일과 사업을 한꺼번에 벌이고결국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을 만난다. 어떤 이는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자신의 건강과 마음의 평안을 스트레스와 맞바꾼다. 혹시 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일부가 내가 자초한 것이면 삶의 과감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황이 주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인 경우가 더 많다. 코비드-19으로 인한 지금의 상황, 또는 학교와 직장에서의 경쟁, 피하기 어려운 가족관계의 갈등, 아픈 가족 돌보기 등 상황 자체의 통제가 불가능한 경우다. 이럴 때는 자신만의 ‘스트레스 분출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스트레스 수치를 잘 관찰하며 자신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퍼내며 마음의 용량을 넓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게임이나 쇼핑, 드라마나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좀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법으로 바꿔나가길 권한다. 혼자 산책이나 운동하기, 감정을 쏟아내는 글쓰기, 좋은 사람과의 건전한 수다, 신앙생활 등도 건전한 분출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를 퍼내며 ‘난 지금스트레스를 밖으로 분출하고 마음의 공간을 만드는 중’이란인식이 필요하다.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애쓰는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주고 있는 걸 인식하면 더 잘 견디고 참을 수 있다.
참을 인(忍) 한자를 보니 칼날 인(刃)자 밑에 마음심(心)자가 놓여있다. 즉, 마음에 칼이 얹혀 있다는 뜻이다. 이는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 스트레스, 화 등 해를 끼치는 감정들을 마음 위에 얹혀있는 칼로 가지치기하듯 잘라내라’는 옛 선조들의 지혜가 비춰진다. 마냥 눌러서 참는 수동적인 참음에서 스스로 내면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참음이 특히 요즘처럼 온 식구가 집안에 갇혀 지내는 시간에 우리 모두에게 더욱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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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부부가족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