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
▶ “사회적 거리두기, 오히려 사람간의 마음의 거리 좁히는 계기 될 수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히려 사람간 마음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3일 서울 견지동 사무실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은 이렇게 강조했다. 세속의 시각일 뿐이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잡음이 제일 덜한 곳 중 하나는 불교계다. 지난 2월 20일 이후 법회 등 일체의 집회를 중단했다. 이달 30일 예정됐던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도 한 달 뒤로 미뤘다. 일감 스님은 “중요한 건 ‘모이느냐’가 아니라 ‘모여서 행복하느냐’인데 지금은 모이지 않는 게 더 행복에 가깝다고 판단했다”며 “오히려 지금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고요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불교의 기본 가르침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급속한 성장이 곧 행복’이라는 기존 인식에는 너무 많은 대가가 따른다. 팽창적 자본주의는 생태 파괴와 사회 양극화를 낳았다. 코로나19 사태는 정확히 이 두 부분을 겨누고 있다. 성찰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감 스님은 “벽을 쌓아도, 국경을 폐쇄해도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건 이제 생태적인 삶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는 뜻”이라며 “환경오염, 에너지 문제들을 조금 더 고민하는, 작은 실천들을 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행 중 다행은 그나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의 저력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강압적 통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중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펼쳐 놓은 덕에 정보가 충분히 유통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인과 구분하지 않고 외국인을 지원한 건 인과응보처럼 두고두고 우리에게 보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여기에 수준 높은 시민의식도 보태졌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자원봉사는 특히나 감동적이었다. 일감 스님은 “위기 때 현장에 뛰어든 자원봉사자 분들에겐 정말 고맙다”며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의 힘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일감 스님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칫 삭막한 사회로 이어질까 걱정했다. “물리적 거리가 마음의 거리나 사회적인 벽이 돼서는 안 됩니다. 거리 두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 사이 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사회적 거리를 두는 만큼, 서로 간 마음의 거리는 더 가까워져야 합니다. 사람과 자연과의 거리도 마찬가지고요. 그 어느 누구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 블루’도 걱정이다. 바깥 출입이나 사회 활동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유쾌할 일이 없어졌다. 일감 스님은 “설레고 반가워야 할 봄이 그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냥 흘러가버리고 있다”며 “정말 안타까운 봄”이라 말했다. 일감 스님이 절 나들이를 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사찰로 오시라는 겁니다. 특히 가만히 앉아서 듣는 절집 종소리는 심리 치유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많은 국민이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데 절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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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