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베트남은 60세 이상은 외출금지 입니다. 아파트에서 코비드-19 확진자 한명이 나와도 전 아파트 건물을 코호트 격리시켜요.”
호치민 시에 머물고 있는 60대 미주한인 사업가가 이 같은 베트남 통신을 보내왔다. “머리 허연 사람이 나갔다가는 봉변을 당합니다. 전염병 감염 방지대책은 사회주의 체제가 우위”라고 그는 덧붙였다.
베트남에 전화를 해 몇 가지를 물어 봤다. 우선 노인 외출금지가 사실인지부터. 미국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노인차별이어서였다. 사실이라고 했다. 이런 예를 든다. 하노이 시에 있는 인공호흡기는 260여 대. 감염자가 병원에 들어오면 노인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한다.
베트남은 지금 건기여서 낮 기온이 최고 섭씨 40도에 이를 정도로 땡볕 더위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를 2주간 전면 격리하면 감옥과 다를 바 없지만 감염자가 나온 아파트의 전면봉쇄는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 남가주에 있는 그는 베트남에서 마스크를 사서 보내려다 사실상 전략물자여서 불가능했다는 말도 전한다.
한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발견되기 시작한 초기에 베트남은 한국인 입국자에게 2주간 격리조처를 내렸다. 한국이 베트남에 어떤 나라인가를 알면 이런 조처에 놀라게 된다.
베트남 수출액의 71%는 해외 투자기업이 올리고 있고(이하 2018년 통계), 그중 40%를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전체 수출의 30% 가까이를 휴대폰 등 삼성제품이 올린다고 보면 된다. ‘삼성은 돈으로 베트남 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국제기구 관계자가 평가할 정도인 상황에서 한국에 이런 대우를 한다? 한국이 중국에 취했던 자세와 비교가 된다.
지난 31일자 ‘굿모닝 베트남’지가 전하는 지난달 30일 현재 베트남 전체의 코비드-19 확진자는 204명. 그 전날 431명으로 집계됐던 오렌지카운티 전체 감염자 수의 절반이 안 된다. 이런 조처 덕에 추가 확진자가 0인 날이 이어진 적도 있다니 체제의 ‘우월성’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간다. 코비드-19의 체제 경쟁에서는 그쪽이 이긴 것인가.
지금 미국에서 내려지는 조처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몇 시간 전 행정명령은 이미 시효가 지난 옛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가이드라인도 연방과 주 정부, 카운티에 따라 달랐다. 집에 머물러야 하는 것인지, 머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인지, 의무사항인지, 권고사항인지도 한동안 애매했다. 미국사회의 저력이었던 지나친 독립성, 자율성도 문제로 부각됐다. 위기 때 하나로 뭉치는 미국 정신의 실종을 보는 듯 했다.
교회는 필수기관이라며 예배를 강행했던 플로리다 탬파의 한 목사가 기소됐으나 그러면 뭘 하나. 유치장에 들어갔다가 보석금 500달러를 내고, 40분 만에 풀려났으니. 그 교회에서 집단발병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비드-19 대응책 발표에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왜 우리가 아직 대통령의 말을 들어야 하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클랜드 시장은 “그 자신의 비상사태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베트남식 일사불란은 인권 측면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언론들은 요즘 한국이나 타이완, 싱가포르 등 작지만 단단한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의 방역대책을 자주 예로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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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