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완동물 전성시대

2020-03-24 (화)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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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 정신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들로 확인되었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들의 경우 강아지나 고양이 한 마리 키우는 것은 외로움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텅 빈 집안에서 하루 종일 대화 나눌 상대도 없이 지내다 보면 건강한 사람들도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같이 교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데, 사람이 없다면 동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습으로 모두가 모두로부터 멀어진 지금, 갑자기 인기가 높아진 존재가 있다. 바로 애완동물이다. 거의 모든 직장, 영업장들이 문을 걸어 잠그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빠진 곳이 미 전국의 동물보호소들이다. 버려진 강아지, 고양이 등을 입양하겠다는 신청이 쇄도해 예상치 못한 대목을 맞고 있다.

예를 들면 매릴랜드, 게이더스버그의 펫스마트 매장. 매주 일요일이면 이곳에서 지역 동물구호단체가 입양 캠페인을 벌인다. 그리고 매번 강아지 15마리 정도가 입양된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사람들의 일상이 바뀐 후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일요일에는 불과 3시간 만에 30마리가 입양되었다. 거기에 더해 입양 대기자가 수십명으로 늘어났다고 구호단체 대표는 희색이 만면하다.


비상시기에 필요한 것은 휴지와 물, 세정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증명된 셈이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존재, 비상시기일수록 곁에 함께 있을 동반자가 필요하다. 직장이 문을 닫아 사실상 실직하거나 재택근무로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비상한 시기, 공공장소에서의 모임이 두 사람 넘으면 금지되는(독일 케이스) 이상한 시기, 감염위험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애완동물이 떠올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지난주 전 주민 자택격리령을 내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애완견 데리고 산보하는 건 여전히 가능합니다.”

‘집콕’ 생활로 먹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서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는 것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보편적 현상이다. 애완견을 키우면 개를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가게 되는 법. 정기적으로 바깥 공기 마시며 걷다보면 심신이 가벼워지고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고 보건전문가들은 권한다.

동물 입양에 가장 적극적인 부류는 밀레니얼 세대. 재택근무로 혼자 일하고, 일 마친 후 외출도 할 수 없게 되자 젊은이들이 애완동물을 집안으로 맞아들이고 있다. 평소에는 클럽이며 바, 극장 등으로 나다니느라 집에 있을 시간이 없던 이들이 시간여유가 생긴 것이다. 입양뿐 아니라 단기간 동물을 맡아 돌봐주는 포스터케어에도 많이 동참하고 있다.

아울러 애완동물 입양에 관심이 높은 것은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 부모는 직장이 문을 닫고 아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아 온 가족이 하루 24시간, 주 7일 함께 집에 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부모는 스트레스로 아이들은 지루함으로 폭발 일보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이때 강아지 한 마리 등장하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아이들은 강아지 데리고 뛰어노느라 즐겁고, 부모는 그만큼 한갓진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정신건강에 애완동물만한 게 없다고 한다. 툭하면 싸우게 되는 가족보다 낫다. 사람과 마주한 것이 언제인가 가물가물해지는 시절, 따뜻한 체온이 그립다면 애완동물이 한 대안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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