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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VS. 자연과의 거리

2020-03-20 (금)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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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3월 중순의 화제는 수퍼 블룸이었다. 리버사이드 레이크 엘시노의 워커 캐년 같은 곳에는 주말에 수만 인파가 몰려 일시 폐쇄되는 일도 벌어졌다. 산과 들이 야생화로 뒤덮여 주말에 꽃구경을 다녀오지 않으면 화제에 끼지 못할 정도로 온통 꽃 잔치였다.

그랬던 3월이 1년 만에 급변했다. 어디서도 꽃 소식은 찾기 힘들다. 물론 봄이라고 야생화가 늘 만개하는 것은 아니다. 들꽃은 해 걸이도 하고, 온갖 섬세한 조건이 맞아야 꽃망울을 터뜨린다. 데스밸리는 지난해엔 의외로 침묵했다. 꽃눈을 자극하는 비가 조금 늦게 뿌리를 적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데스밸리 매니아들의 실망이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장되고 있다. 사람을 멀리 하라고 한다. 북가주 주요 카운티에서는 자발적인 ‘자가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이러다 보니 문제는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류가 끊어지니 갑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인 것은 이번 사태에서 자연과의 거리를 강조하는 말은 없다는 것이다. 새를 가까이 하지 말라거나, 나무나 꽃에 다가서지 말라는 말은 없다. 남가주에서는 아직 하이킹까지 중단하라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물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해야 할 일이겠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 남가주에 사는 특권의 하나는 사막 풍경과 사막의 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이면 비숍으로 애스팬 트리 가을빛을 구경하러 가듯 사막을 아는 사람들은 이즈음이면 사막을 찾는다.

지난해 갖가지 야생화를 피워 냈던 주립공원 안자 보레고 사막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방문객 센터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캠핑과 하이킹 등 나머지 활동은 모두 가능하다고 주립공원측은 밝혔다. 3월초부터 야생화도 만개하기 시작했다. 짧은 하이킹 코스인 팜 캐년을 따라 걸으면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고 공원측은 전한다.

자슈아 국립공원 같은 곳은 여름에는 최고기온 평균이 100도를 오르내리는지만 3월에는 70도를 조금 넘는 정도니 쾌적하다. 특히 하루 캠핑을 하면 밤하늘의 별과 저녁노을이 장엄하다고 다녀온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자슈아 국립공원도 방문객 센터는 문을 닫았으나 센터 밖에 인포메이션 테이블을 놓아두었다고 공원측은 밝혔다.

지난달에만 해도 자슈아 트리에 가면 미네소타, 일리노이 등 타주 번호판을 단 차들이 많았다. 10번 프리웨이 건너편, 팜스프링스 등 코첼라 밸리의 피한지를 찾아 왔던 사람들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귀한 줄 모르고, 부근에 있는 명소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왕왕 있다. 여기도 그런 곳 중 하나라고 자슈아를 자주 찾는 사람들은 말한다.

자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는 두 사막이 만난다. 북서쪽 모하비 사막과 남동쪽 콜로라도 사막, 애리조나와 북부 멕시코로 연결되는 사막이 여기서 등을 맞댄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에 어종이 풍부하듯 두 사막이 만나는 이 공원의 생태계는 그만큼 더 다양하다. 빅원의 진원지가 될까봐 걱정인 샌 앤드류스 단층대도 공원 안을 지나간다.

LA 한인타운을 기준으로 하면 자슈아 트리는 편도 130마일, 안자 보레고는 그보다 20여 마일 더 멀다. 요즘 같은 때 기분전환을 위해 가족들만의 하루 나들이를 생각한다면 고려해 볼만한 곳들이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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