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신문과 방송도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소식으로 가득하다. 증시는 급락하고 학교와 상점들이 문을 닫는 등 불안과 두려움이 또 다른 전염병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일 급증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소식을 들으니 눈에는 안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엄연히 존재하는 미세한 바이러스의 위력이 실로 무섭고 공포스럽다.
반면에 눈으로도,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지만 전염성을 가진 것들이 있다. 누군가 하품을 하면 잠시 후 교실 끝에 앉은 학생도 하품을 하는 현상이나 컴퓨터 바이러스도 그 중 하나다. 사람의 감정도 감기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을 가지는데 ‘감정의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 등을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경향’을 뜻한다.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에 가득한 사람과 같이 있을 때, 굳이 그 사람과 많은 말을 안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슬퍼지고 우울해지는 경험을 한다. 반대로 밝고 환한 미소로 “잘 될거야” “우리는 잘 할 수 있어” 등의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덩달아 힘이 솟고 마음도 희망적으로 바뀐다.
이같은 감정의 전염은 뇌 속에 있는 거울신경세포 때문에 일어난다. 이 세포는 남이 하는 행동을 마치 거울처럼 반영해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과 똑같이 반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출근길에 웃는 표정의 동료를 만날 경우 함께 미소를 짓게 되고, 기분 좋은 동료를 만나면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이처럼 모든 감정이 전염성을 가지는데, 시카고 대학의 카시오포 (Cacioppo)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전염성이 높다고 한다. 그는 “공포,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은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보다 인간의 생존 본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감정 표출에 더 크게 나타나고, 주위 사람들도 자신의 생존 위협을 감지하며 부정적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이같은 감정의 전염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 친구의 친구, 이웃 등 3단계 건너까지 전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사람이 외롭다고 느낄 경우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52%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이나 직장 내에 부정적 감정이 형성되고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자신의 감정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감정을 함께 모니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감정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글을 게시하면 긍정적인 감정이 전달되고, 부정적인 글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다행이 SNS에서는 부정적인 글보다는 긍정적인 글의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유는 이용자들이 SNS를 통해 좋은 감정 교류를 원하고 즐겁고 좋은 모습을 많이 올리기 때문에 좋은 감정이 더 많이, 더 쉽게 전파된다고 한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자제가 독려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어들고, 햇빛의 양이 적어져 우울함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런 때는 비극적인 영화나 슬픈 노래, 드라마를 피하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나 쇼 프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글을 일부러 찾아 읽기를 권한다. 또한 불평이나 비난이 많은 부정적인 사람보다는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전화나 문자를 하면 도움이 된다. 카톡 그룹방 등 인터넷 모임에 참여하면서 유용한 정보와 유머를 나누고 심리적 연결감을 유지하려는 적극적인 노력과 시도가 필요한 계절이다. 혹시 고립감이나 우울함이 나를 감싸고 있다면 한가로운 동네 길로 나가서 봄 햇살을 향해 기지개를 펴고 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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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부부가족 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