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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사나운 공천 풍경

2020-03-12 (목)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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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 묻혀 예전 같은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의 4.15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고 있다. 각 당의 후보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공천은 공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일인 만큼 그 과정과 절차가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한국의 정치현실이다. 몇 명으로 구성된 공천관리위원들에 의해 현역의원들과 정치지망생들의 정치생명이 결정된다.

각 당 후보들이 발표되면서 컷오프되거나 탈락한 정치인들의 볼멘소리와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선거 때마다 의례적으로 반복되는 수순이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심이 들어간 사천’이라는 비판에서부터 ‘막천’(막장공천)이라는 독설에 이르기까지 거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실제보다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떨어진 공천지원자들의 억울함을 그런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그만큼 공천방식과 과정이 여전히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정당 간의 경쟁은 비교적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정당 내 경쟁은 여전히 비민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데 정작 국민들의 의견과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여론조사로 경선을 하는 일부 지역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당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결정한다.


꼭 눌러야할 상대후보 지역구에 맞춤형 후보를 내는 ‘전략공천’은 그나마 나름의 명분이 있다 하겠지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컷오프됐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국회의원을 아무런 연고가 없는 다른 지역 후보로 내는 이른바 ‘돌려막기’ 공천은 유권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공천에 ‘막천’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나마 과거보다 조금 나아진 것은 외부인사들을 관리위원으로 임명해 당 실세들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천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후보 결정은 미국처럼 선거를 통해 당원들과 유권자들의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하는 게 가장 민주적이지만 한국은 워낙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심한데다 경선을 할 만큼 충분한 당원 베이스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과 같은 예비선거가 불가능하다면 영국처럼 지역구마다 심사위원을 둬 후보자의 자질을 민심에 의거해 평가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그렇게 한다면 유권자들이 지역과 아무런 연고나 인연조차 없는 후보들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하는 생뚱맞은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그러나 정치는 경제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돈 선거가 사라지고 정당 보스들의 공천 입김이 약화되는 등의 긍정적 변화도 분명 있었지만 국민을 대변할 인물들을 뽑는 과정은 여전히 선진국 스탠더드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공천을 놓고 터져 나오는 파열음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풍경이었다. 이런 꼴사나운 풍경은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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