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신안군은 ‘섬들의 고향’으로 불린다. 남한 전체 섬의 4분의 1이 여기 모여 있다고 한다. 도대체 섬이 얼마나 많길래 그럴까? 발표기관이나 통계에 따라 다른데, 예컨대 신안군청 홈페이지는 ‘천사(1,004)섬 신안’이라고 섬이 1,004개라고 소개하고 있다. 반면, 전라남도는 유인도 72개 더해 신안군의 섬을 880개로 집계한다.
섬 숫자가 왜 이렇게 다른가? 한 설명에 따르면 “사람의 손이 닿기 전, 자연 상태에서는 1,004개가 맞지만 사람이 힘을 쓰면서 880개로 줄었다”고 한다. 간척사업으로 섬 3개가 하나로 뭉쳐지는 등 섬들 간의 인위적인 합종연횡이 무성했다는 것이다. 밀물 때와 썰물 때 섬 숫자가 달라지기도 한다.
아무튼, 신안군은 한때 선거 때마다 전국에서 개표 결과가 가장 나중에 집계되던 곳이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기표용지를 세던 시절, 섬에서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실어 나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밤 새워 라디오 개표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신안군, 신안군 소리가 가장 늦은 시간까지 들렸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개표 집계가 가장 오래 걸리는 곳은 어디일까? 하와이? 사이판 섬이 포함된 자치령 북 마리아나 군도? 아니다. 정답은 캘리포니아-. 선거 후 한 달 하고도 일주일 뒤에야 공식결과가 나온다. 이번 캘리포니아의 예비선거는 지난 3일 치러졌지만 공식집계는 4월10일 주 총무처에서 발표된다.
주요선거 결과는 선거 다음날, 아니면 이틀 후 정도면 대부분 확정 보도되지만 특히 박빙의 승부처라면 미개표 분이 많아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4년 전 캘리포니아 예비선거 때도 선거가 있던 주의 금요일 현재 미개봉 표가 200만 표를 넘었다. 선거당일 밤에 집계된 투표결과를 너끈히 뒤집을 수 있을 숫자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캘리포니아의 복잡한 투표 제도 때문이다.
선거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에 참여시키기 위해 캘리포니아처럼 다양한 투표방법을 허용하고 있는 주가 없다. 이론상으로는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이를 실행하는 데는 그 만큼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게 된다.
선거결과 발표를 지연시키는 대표적인 투표 방법은 많은 유권자들이 편리해서 택하고 있는 우편투표. 선거일이나 그 전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으면 유효표가 되는데 보통 선거 사흘 후인 금요일까지는 배달이 된다. 하지만 카운티 선거관리국 담당자가 투표의 적법여부를 확인하는데 최대 30일까지 걸린다.
두 번째는 투표일에 유권자 등록을 하고 바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요건을 갖춘 시민권자가 유권자 등록기간을 놓친 경우에 대비해 지난해 가을 처음 도입됐다. 실제 운용되는 것은 이번 프라이머리부터인데 추산되는 대상자가 무려 450만명.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지난 3일 투표소 현장에서 유권자 등록을 하고 실제로 투표에 참여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문제는 그 후. 투표한 사람의 적법성을 가리는 일이 카운티 선거국에 또 주어졌다. 거기에다 유권자 명부에서 누락된 유권자에게 임시 투표(Provisional ballot)까지 허용되면서 이 모든 것을 따져보고, 합산하려면 선거 실무부처인 캘리포니아 내 58개 카운티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는 것이다.
예비선거는 그렇다 치고 이같은 선거발표 지연 현상은 11월 3일 본선에서도 재현될 것이다. 결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일부 한인후보들은 그만큼 더 오랜 시간 피 말리는 마음고생이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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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