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곳곳에서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거의 모든 국민들이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너나없이 하얀색, 검정색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 채 다니는 모습이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다. 언제 어디서 자신에게 침투할지 모르는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조치지만 자신만 마스크를 하지 않을 경우 받게 될 눈총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행여나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기침이라도 하는 경우엔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갑자기 마스크 수요가 폭등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뒤따르고 있다. 항상 그렇듯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재난과 사람들의 공포심리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악덕업자들의 바가지 가격이다. 전체적으로 마스크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물론 소셜커머스에 따라 동일 제품 가격이 무려 9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약탈적 폭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바가지 가격에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정부가 하루 수백만 장씩 풀어도 순식간에 동나기 일쑤다. 마스크 품귀현상은 문재인 정부를 정치적인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마스크 대란에 사과했을 정도다. 언론들에게는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할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되고 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코로나19 공포가 점차 확산되면서 마스크 품귀와 가격 폭등 현상이 뒤따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이 건강한 사람들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질병통제국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일반인들은 마스크를 사용할 이유가 없으며, 다만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은 호흡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수요가 폭등하면서 가격 또한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100팩 짜리 유니버설 4533 위생 먼지마스크의 경우 8달러에 판매되다가 지금은 200달러로까지 가격이 치솟은 상태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바가지 가격이 너무 극성을 부리자 아마존은 일부 제품에 대해 구매자가 클릭을 해도 제품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규제 조치를 취하기까지 했다.
아마존 셀러들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한 업체에 따르면 12월 한달 4,500회였던 아마존 이용객들의 ‘N95 마스크’ 조회가 지난 한달 사이 무려 82만2,000회로 폭증했다. 이런 이상 현상의 이면에는 사재기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중국인들이 모국으로 보내기 위해 마스크를 마구 사들이고 있는 것이 가격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행 항공편들이 줄어들면서 운송료 또한 폭등하고, 그나마 제대로 배송되는지 조차 불투명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보건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수요가 정작 마스크가 필수적인 의료진을 위한 물량공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마스크에 집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나마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마스크가 실질적인 예방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과학이나 의학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히스테리와 패닉이 엄습하면 이성은 뒷자리로 밀려나게 돼 있다. 코로나19 마스크 대란은 바로 그것을 생생히 증언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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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