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 우아하고 세련된 미술품 투자

2020-03-02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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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국에서 회계사와 세무사를 10년 하다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이 목사님들도 세금을 낸다는 것, 그리고 미술품 거래에 세금이 붙는다는 것. 그런데 미국에서 회계사와 세무사를 20년 또 하다 보니, 이제는 반대로 한국이 목사님들과 미술품에 사실상 세금을 안 붙이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선진국이라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한국은 세금 안내고 돈 벌기 참 쉬운 나라다.

현재 한국은 고인이 된 한국 작가들의 가격 6천만원 넘는 것에만, 그것도 세율이 낮은 기타소득 분리과세로 세금을 붙이고 있다(소득세법 제21조 1항 25호). 한국은 부동산에 비해서 미술품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나라다. 가령 흥부와 놀부가 똑같이 5천만원에 산 것을 2억원에 팔았다고 하자. 차이가 있다면, 흥부는 부동산을 했고, 놀부는 그림을 했다. 둘 다 똑같이 2년 만에, 그리고 똑같이 1억 5천만원을 벌었다. 그런데 부동산에는 4천만원의 세금이 붙고, 그림에는 단 9백만원만 붙는다. 왜 한국에서는 부동산에는 세금을 27%나 붙이고, 그림에는 6%밖에 안 붙일까?

거기다 한국은 미술품에 판매세(VAT, sales tax)까지 안 붙인다. 미국의 맨해튼 갤러리들이 우아한 예술품 팔면서 그 판매세 피하겠다고 온갖 추잡한 방법들을 다 동원하는 것을 생각하면(극히 일부가 그런다고들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투자와 절세를 우아하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선진국이 지금은 한국이 아닌가 싶다.


물론 아직 시장이 작은 그림에 세금을 매기면 그나마 있던 사람들도 모두 도망갈 것이라는 걱정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금 매긴다고 죽는 시장이면 그것은 동네 시장보다 못하다. 작년 2019년도 주식시장만 해도 그렇다. 1년 내내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달고 살았던 미국은 30%가 올랐다. 한국은 어떤가? 고작 8% 올랐다. 주식 양도차액에 미국은 세금을 내는 나라지만 한국은 세금을 안 내는 나라다. 미국은 주식 팔아서 100달러만 남아도 세금신고를 하지만, 한국은 주식 팔아서 10억원이 남아도 대부분 세금신고가 면제된다. 물론 억지에 단순한 비교였지만, 어쨌든 세금 내는 미국시장이 오히려 4배 가까이 더 좋았다. 시장은 돈과 경제가 죽이고 살리는 것이지, 세금 걷는다고 죽는 시장은 사실 시장도 아니다.

한국도 이제 미술품이 대체투자의 한 수단이 된 이상, 그에 대한 과세도 좀 더 형평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맨해튼과 인근 지역에 쓸 만한 그림들이 많다. 매일 금덩어리나 부동산만 쳐다보지 말고, 그 미술품을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고려해볼 때가 이제 되었다.

미술품을 통한 1031 교환(1031 exchange). 이 얼마나 우아하고 세련된 절세와 상속계획인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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