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증개축’ 핑계로 아파트 세입자 못 쫒아낸다

2020-02-21 (금)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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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계획서·허가서 받아야 강제 퇴거 가능”

▶ LA시의회 법안 추진…임대료 편법 인상 ‘제동’

‘증개축’ 핑계로 아파트 세입자 못 쫒아낸다

LA 렌트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임대 건물의 증개축을 이유로 세입자를 강제 퇴거시키려면 사전에 증개축 계획서와 허가서를 제출해야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임대 건물주들의 관행에 제동에 걸릴 전망이다. [AP]

LA 시의회가 아파트 증개축(리노베이션)을 이유로 세입자를 사전 퇴거시키는 관행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만든다. 앞으로 증개축에 대한 허가를 받기 전까지 세입자들을 퇴거시키는 일이 엄격하게 제한될 전망이다.

20일 부동산 전문매체 ‘더 리얼 딜’(The Real Deal)은 아파트를 비롯한 다세대 임대 건물 소유주들이 증개축을 이유로 세입자를 강제 퇴거시키려면 사전에 증개축 계획서와 허가서를 제출해야 하는 법안을 LA 시의회가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입자 강제 퇴거와 관련 ‘정당한 사유’(just cause)에 대한 법적 제한을 강화하고 있는 소위 ‘세입자 보호법’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세입자 보호법은 아파트 렌트비를 향후 10년간 연 5%와 물가 지수를 합한 이상은 올릴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지난 15년간 신축된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아파트와 유닛에 적용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대 건물주들은 아파트 증개축을 이유로 기존 세입자를 강제 퇴거시키고 새 세입자를 들이면서 렌트비를 인상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LA 시의회가 추진하려는 법은 임대 건물주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입자들을 강제 퇴거시키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지는 현실을 감안한 법안이다.

새 법안을 제안한 LA 시 제9지구 커런 프라이스 시의원은 “강력한 세입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증개축을 이유로 강제 퇴거 조치를 당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며 “건물주들이 법망을 피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새 법에도 예외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아파트 증개축 계획을 세웠던 경우가 예외에 해당된다. 다만 LA 시의 허가를 받기 위해 상당 부분 진척된 층개축 계획이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명기될 예정이다.

하지만 상당 부분 진척된 정도를 놓고 임대 건물주와 세입자간의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다툼의 여지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새 법안이 제정되더라도 현 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임대 건물주들이 렌트비를 인상하기 위해서 새 법안의 예외 규정을 이용해 얼마든지 세입자 퇴거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만큼 비용이 들어도 렌트비 인상으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렌트비 인상을 강력히 규제하는 ‘렌트 컨트롤 확대안’이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진다.

이 렌트 컨트롤 확대안은 15년 이상 모든 주거용 건물에 대해 각 지역 정부는 렌트 컨트롤을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 입주 시 렌트비 인상 폭을 3년간 최대 15% 이내로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렌트 컨트롤 확대안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되면 렌트 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25년 미만 15년 이상의 임대 주택들이 렌트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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