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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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2020-02-10 (월) 권초향/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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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무렵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이다. 물건을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게 가짐으로써 삶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아파트에서 살게된 지 어느덧 10년이다. 처음 이사할 때 절대 더 이상의 짐을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당시에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조차 없었고 나에게 그런 거창한 의식이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쓰지 않을 물건들을 쌓아놓지 말고 그때그때 버리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리라는 다짐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사해서 새로운 공간을 꾸밀 때마다 늘 미니멀 라이프를 꿈꿨었다. 그럼에도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 곳에 오래 머물다보면 점차 물건들이 쌓이게 된다. 때마다 모두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고지고 사는 것들이 늘어난다.

새해가 되면 묵은 것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조바심이 생긴다. 궁리 끝에 지금 이사하는 건 아니지만 이사한다는 맘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정리해야하는 것들이 어디 물건뿐일까. 오다가다 만나 인연 맺은 사람에도, 미처 정리하지 못해 켜켜이 쌓아뒀던 마음에도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물론 집에도 맘에도 다시 쌓여갈 것이다. 공간이 생겨 좋았던 그 자리에 또 켜켜이 쌓아놓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이 공간의 여유를 즐기며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가며 또다시 미니멀 라이프를 꿈꿔본다.

<권초향/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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