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간에 쫓겨 간단히 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동료 2명과 한식당에 갔었다. 설렁탕과 따로국밥 등 3개를 시켜 먹고 세금과 팁을 내고 보니 50달러가 넘어 새삼 갈수록 치솟는 외식비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도 설렁탕이나 순두부 하면 10달러면 먹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제는 12~15달러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2년여간 가주에서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 중 하나인 요식업소들이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식비와 그로서리, 개솔린, 렌트와 모기지, 보험 등 각종 물가는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임금은 사실상 정체 상태이다 보니 서민들은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나 팁을 절약할 수 있는 푸드코트에서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주위에서 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식당들은 가격을 올렸지만 고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자가 갔던 이 식당도 이전에 비해 고객이 많이 줄어 한산했다. 업주에게 장사가 어떠냐고 물어보니 요즘 고객이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가격은 올랐지만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냉면과 김밥, 설렁탕, 라면 등 서민음식 가격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는 것이 언론들의 단골 기사 중 하나일 만큼 외식비 상승은 한국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가격 상승으로 줄어드는 고객을 바라만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짜야하나. 한인 업소들이 주류 요식업소들의 성공적인 고객 유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어떨까.
우선 특정 나이층이나 고객층을 공략하는 할인 전략을 고려해볼만 하다. 많은 주류 요식업소들은 시니어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업소는 55세, 대다수 업소가 60세부터 10%, 15%, 20%의 시니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군인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존경심이 특히 강하다. 그래서 베터런스 데이의 경우 거의 모든 요식업소를 포함한 소매업소들이 현역과 재향군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요식업소의 경우 아예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특정일을 여성 할인의 날, 또는 자녀와 함께 오는 어머니의 날, 시니어의 날로 정해 이날 방문하는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인기 마케팅 중 하나다.
반면 한인 요식업소나 소매업소들은 이같은 혜택을 제공하는데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니어 혜택을 제공하는 한인 식당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 한인 시니어는 “가격이 너무 올라서 이제는 좋아하는 설렁탕이나 순두부를 사먹기도 부담스럽다”며 “미국 업소들처럼 한인 식당들도 시니어 할인 혜택을 주면 주위 노인들이 많이 애용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맥도널드가 시니어 커피를 제공, 맥도널드 매장이 ‘맥다방’ 애칭까지 얻으며 한인은 물론 미국인 시니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여년 전부터 한인 업소들은 경쟁적으로 인터넷 웹사이트를 개설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것이 유행처럼 돼버렸다. 이제는 여기에 스마트폰 마케팅도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스마트폰 앱에 투자해 업소도 홍보하고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볼 만 하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내용이 보강되는 본보의 스마트폰 앱도 요즘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못지않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도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할인 받는 재미에 폭 빠져있다.
가격을 올림으로써 적게 팔아도 매출을 증대하는 고가정책 전략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대신 하나하나의 이익은 적게 보는 대신 물량을 많이 팔아서 큰 이익을 남기는 ‘박리다매’ 전략을 채택하는 주류 소매업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박리다매를 통해 소매업소들은 매출 못지않게 중요한 현금 흐름(cash flow)을 확보하고 상품의 빠른 순환효과를 보는 것이다.
미 전국에서도 가주는 특히 비싼 인건비와 재료값, 렌트비, 보험료 등으로 사업을 하기 가장 힘든 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럴 때일수록 기존 틀을 과감히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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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