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정체성 본질에 대한 해답찾길…” 쿠바한인 일대기 다룬 다큐영화 ‘헤로니모’ 전후석 감독
2020-02-01 (토)
서한서 기자
30일 뉴저지 릿지필드팍의 AMC 영화관에서 전후석 감독이 인터뷰를 마친 뒤 영화 헤로니모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해외 동포에 대해 진짜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편견에 도전하고 싶었다. 한국인 정체성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이 이 영화다."
쿠바 한인 헤로니모 임(한국이름 임은조·1926~2006년)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KCC한인동포회관 주최로 지난달 29일 릿지필드팍의 AMC 영화관에서 열린 상영회에 150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 영화관을 가득 메웠다. 흥행이 목적이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이자 유료 상영회였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열기였다.
이 영화를 만든 이는 맨하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전후석(35) 감독.
코트라 뉴욕무역관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전 감독은 2015년 휴가차 찾은 쿠바에서 헤로니모의 가족들을 우연히 만난 것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멕시코 사탕수수 농장의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헤로니모는 아바나대 법학과를 졸업한 쿠바의 첫 한인 대학생이었다. 쿠바 혁명의 주역이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지냈다. 그러던 헤로니모는 인생의 후반부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쿠바 한인사회에 뿌리내리는데 헌신했다.
전 감독은 “혁명 사상에 심취하며 쿠바인으로 살아갔던 헤로니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쿠바의 한인들을 결집하기 위한 한인회 결성에 엄청난 노력을 했다. 결국 그는 편협한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를 지향한 사람이 아닌, 한인이라는 뿌리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는 인본주의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헤로니모의 삶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 한인들에게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한인이라는 뿌리를 바탕으로 서로를 포용하는 휴머니즘이 우리 한인들의 진짜 정체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한국에서 자랐고 대학 때 다시 미국으로 온 전 감독은 “성장 배경의 영향으로 한국 밖에서 사는 한인들, 우리들의 디아스포라적인 삶에 대해 항상 고민했다"며 “이 영화를 통해 해외동포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이중적인 인식이 바뀌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우리 한인들에게는 정체성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고 나아갈 길을 찾는 열쇠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전 감독은 “더 많은 한인들이 이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관람에 대해 언제든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문의 jeronimothe mov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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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